4대 비극작품 중의 하나인 '리어 왕'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의 근원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인간의 격정을 잘 드러낸 이 작품을 연구자들은 흔히 '화산' '폭풍'에 비유한다. 작가는 고대부터 전승되어온 설화를 배경으로 스토리를 재창조하였다.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주인공 리어왕은 세 명의 장성한 딸을 두고 있다. 위의 두 딸은 결혼하였고 막내는 아직 미혼이다. 왕은 어느 날 세 딸에게 매우 부적절한 질문을 하였다. 그는 "너희 가운데 누가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II.i.50)라고 물었다. 그는 대답에 상응하여 왕국을 나누어주겠다고 말했다. 결혼한 두 딸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아버지에게 영원히 사랑하고 섬기겠다고 약속했다. 언니들의 위선적 행동을 보고 환멸을 느낀 막내딸은 처음에는 아무 할 말이 없다고 대답하였다. 아버지의 거듭된 독촉에 따라 그녀는 겨우 이렇게 대답하였다. "의무에 따라 아버지를 사랑하겠습니다." 이 대답에 실망한 리어왕은 한 평의 땅도 주지 않고 나머지 두 딸에게 왕국을 양분해 주었다. 왕국을 나누어 가진 두 딸은 남편과 함께 곧 본색을 드러내어 아버지 리어왕을 배신하였다. 배신당한 리어왕은 울분 속에서 여생을 비참하게 마치게 된다.
두 딸의 말을 믿고 왕국을 나눠준 리어왕이 일견 불행한 늙은이로 보일 수 있지만 그는 딸들이 불효를 저지르는 최악의 역경 속에서도 고뇌하고 악에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어왕은 두 딸과 결코 화해하지 않고 저주하고 독설을 하면서 죽어간다. 그는 죽어가면서 막내딸 커딜리어의 고귀한 인품과, '의무에 따라 사랑하겠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지만 이미 그녀는 저세상에 간 후였다. 의무에 따라 사랑한다는 말은 일견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어떠한 역경이 오더라도 아버지를 사랑하겠다는 심오한 의미가 들어 있다. 리어왕은 이 말의 의미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
'리어 왕'이 보여주는 인생의 비극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재산을 자녀에게 일찍 증여한 부모 중에는 비참하게 노후생활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셰익스피어는 무대에 등장하는 광대를 통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누더기를 걸친 아버지들은 그들의 자녀를 장님으로 만들지만, 지갑을 가진 아버지들은 자녀의 친절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II.iv.46-49)
신득렬 전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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