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쯤 대구 동구 지저동 '아양기찻길'.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와 지팡이를 짚은 노인, 유치원생 등이 지나다녔다. 세찬 강바람에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쓸리고 몸이 기우뚱했다. 다리에서 돌출된 부분인 포토존에 서니 바람이 쓸고 가며 일으키는 진동이 발바닥에 느껴졌다. 유리바닥을 지날 땐 허리를 굽혀 다리 아래를 흐르는 강물을 보거나 발뒤꿈치로 두드려보기도 했다. 다리 한가운데 전망대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한쪽에선 의자에 앉아 창 너머 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른 쪽에선 터치스크린을 손끝으로 누르면서 영상으로 소개하는 세계 곳곳의 다리 모습을 감상했다.
이달 10일 개통한 아양기찻길(본지 10월 8일 자 2면 보도)에 대해 관람객들의 반응이 다양하다. 문화'여가 공간이 생겼다며 반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안전사고 우려도 나왔다.
동구 지저동에서 태어난 김광우(32) 씨는 "어릴 때부터 철길로 기차가 다니는 것을 봤고 폐선이 된 이후에는 레일을 따라 걸으며 놀았던 추억이 있다"며 "아이 때부터 걷고 싶었던 아양철교를 철거하지 않고 산책로로 리모델링한 것이 반갑다"고 말했다. 아이를 데리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박진희(36) 씨는 "낮에는 아양기찻길 바닥에 유리로 처리된 부분을 내려다보면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고 밤에는 조명 빛으로 분위기가 있는 교각과 물에 반사된 근사한 전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반면 안전을 염려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날 오토바이가 매연을 날리며 비좁은 사람들 사이로 아슬아슬 지나다녔다. 어린아이와 산책 나온 사람들은 펜스 난간 사이 쪽으로 아이들이 머리를 내밀려고 하자 얼른 말렸다. 포토존의 3면에 설치된 유리벽을 손으로 치면서 깨지진 않을지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전망대에는 금이 간 유리벽 3장이 있었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던 한 사람은 금을 발견하고는 위험하다며 아이 팔을 당겨 얼른 자리를 옮겼다.
방촌동에서 산책 나온 정모(42) 씨는 "지금도 다리가 울렁거리고 있는데 바람이 더 강한 겨울엔 다니기 위험할 것 같다"며 "난간에 약 20㎝ 간격으로 가로 봉이 놓여 있지만 자칫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 그 사이로 빠지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동구청 안전녹지과 관계자는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직원들이 나와서 통솔을 하고 있다"며 "전망대의 유리는 3중이라서 안전에는 문제가 없고 공사를 하다가 돌이 튀어 금이 간 것은 곧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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