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기억력이 나쁜 사람들이 골프에 몰리는 것 같다. 주변의 골퍼들을 둘러보시라. 도무지 과거를 기억하려 들지 않는다. 10번의 라운딩 가운데 1, 2회만 좋았다고 하면 8, 9회의 나빴던 라운딩의 기억은 사라진다. '구-웃 샷' 소리를 들은 기억만 있고 '보-올' 소리를 들은 악몽은 좀처럼 뇌리에 담아두려 하지 않는다.
미스샷을 줄이는 것이 더 좋은 점수를 얻는 지름길인데 오로지 굿샷만을 기억하려 든다. 어쩌다, 정말 어쩌다 한 번 굿샷이 나오면 그런 플레이가 언제나 되풀이될 수 있을 것이라는 '꿈같은' 기대감을 부풀린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골프를 친다는 사람들은 주변으로부터 "3번 우드를 쳤는데 그림같이 날아가서 롱 홀에서 투 온에 성공했다"거나 "60도짜리 로브 웨지를 써서 벙커를 넘겨 50m 남은 홀컵 바로 옆에 그림같이 볼을 세웠다"는 정말 그림 같은 무용담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겠나? 열 번 해봐야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일이다. 그러니 이렇게 자랑들을 하지.
이런 기억에 매달려서는 좋은 점수를 기대할 수는 없다. 굿샷만 기다리다간 평범한 샷도 미스샷으로 만들기 십상이다. 굿샷을 날리려는 노력보다는 미스샷을 줄이는 것이 더 급선무다. 주말골퍼나 아마추어들에게 굿샷이란 홀인원이나 이글 아니면 버디일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웬만한 보기언더플레이어가 아니면 버디 한 번 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기억이 오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악몽과도 같은 OB도 기억해야 한다. OB는 버디보다 훨씬 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어떤 경우에 어떤 참사가 벌어졌는지 기억해내야 한다.
초보 골퍼들이 미스샷을 줄이는 지름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신적인 요인이 크다. 자신의 실력에 걸맞지 않은 과도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굿샷만 기억해서 무리한 샷을 남발하는 것만 줄여도 몇 점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사가 모두 한 가지 이치라지만 세상살이는 물론 골프장에서는 특히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이제부터는 나쁜 기억도 기억하는 버릇을 가져보자. 기억력을 선별적으로 발휘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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