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日 오키나와 '우미부도 돈부리'

'그린 캐비어' 입안서 톡!톡!…최고의 장수음식 해초류덮밥

일본 유학생인 권기완(31) 씨가 오키나와 우미부도 덮밥 원조집에서 구슬처럼 알알이 빛나는 우미부도 덮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일본 유학생인 권기완(31) 씨가 오키나와 우미부도 덮밥 원조집에서 구슬처럼 알알이 빛나는 우미부도 덮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키나와 전통음식의 대표주자인 우미부도 덮밥의 한상차림. 우미부도 덮밥과 함께 우미 엔젤스, 돼지고기 찜, 땅콩두부, 삼겹살 소바와 삶은 돼지 귀 초무침이 차려져 있다.
오키나와 전통음식의 대표주자인 우미부도 덮밥의 한상차림. 우미부도 덮밥과 함께 우미 엔젤스, 돼지고기 찜, 땅콩두부, 삼겹살 소바와 삶은 돼지 귀 초무침이 차려져 있다.

'나이 팔십이면 어린애에 불과하고 구십이 되어 하늘이 부르거든 일백세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고 돌려보내라. 우리들은 나이가 들어도 의기가 성해지고 자식들에게 기대지도 않는다. 우리 오기미 마을 노인들은 이곳이 일본 최고 장수마을임을 선언하노라.'

세계 최고의 장수촌인 오키나와 오기미 마을의 장수선언비문 내용이다. 장수도 장수이지만 늙음에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오기미 노인들의 자세를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항상 적게 먹고 채식 위주의 저염식에다 각종 해조류와 콩, 삶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식습관을 보면 그들이 장수하게 된 배경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세계 미식가들 유혹하는 우미부도 덮밥

인천 공항에서 1천344㎞ 떨어진 섬 오키나와는 원래 류큐족이 지배하던 독립된 섬나라였으나, 1870년대 일본에 합방됐다. 지정학적 위치로 동남아시아와 한국, 중국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음식문화와 참푸루라는 전통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세계 최고의 장수촌을 형성하고 있는 오키나와 사람들은 해조류와 돼지고기, 생선 등을 많이 먹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바다 포도'라는 뜻의 해조류 '우미부도'로 만든 덮밥(돈부리)은 오키나와 최고의 해조류 음식으로 전 세계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오키나와현의 은납촌어협(恩納村漁協)은 이 희귀 해조류인 우미부도의 인공양식에 성공,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우미부도는 가는 해초의 줄기에 수수알 크기의 투명한 녹색 알갱이가 마치 포도송이처럼 매달려 있어서 비취 구슬을 꿴 목걸이 같이 생겼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모자반과 같은 류의 해초인 이 우미부도는 장수촌을 형성하고 있는 장수촌의 주류인 오키나와 원주민 류큐인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즐겨 먹어왔다고 알려진 덕분에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은납촌어협은 2011년 일본 농림수산제에서 이 우미부도 양산에 성공하면서 일본 농수산물 최고의 영예인 일본 천황배 상을 수상했다. 일본 내에서도 오키나와 산 우미부도를 최고로 친다.

"10년 동안 한우물을 파니 장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개업 10년 후인 2003년부터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도 우미부도 단골손님들이 생겨 나 예약이 몰리기 시작했지요."

오키나와 우미부도 덮밥은 호텔과 리조트에서도 많이 팔고 있지만 오키나와현 은납촌 자은납 6091의 우미부도 덮밥 전문점이 원조이다. 시라이(61) 사장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매일 예약손님들을 체크하는 것이 그의 일과 시작. 우미부도 덮밥을 개발한 장본인이기도 한 그는 우미부도 덮밥만큼은 직접 상차림을 하는 등 사장이면서도 앞치마에다 위생복장 차림을 하고 식당 주방장을 겸하고 있다.

일본 미백선점(味百選店)에 들어가 있는 시라이 씨의 식당은 한국의 여느 유명 맛집과 마찬가지로 총리 표창장과 감사장 등이 식당 입구부터 즐비하게 걸려 있고 일본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방문해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우미부도 덮밥 맛을 본 소감문 사인 종이와 기념촬영 사진, 후지TV, NHK, 간사이TV, TBS 등 일본 신문 방송의 보도사례가 온통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 미네랄 덩어리 우미부도는 저칼로리 그린 캐비어

시라이 씨가 우미부도 덮밥을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갓 지어낸 쌀밥을 스시처럼 식초에 비벼 간을 해 그릇에 담아놓고 밥 위에 하얀색의 생 산약(마)를 갈아서 덮는다. 그 위에 노란색의 성게알 3덩어리와 주황색의 연어알 6개를 보기 좋게 얹어 별미를 추가하고 음식 코디도 겸한다. 그다음 생 우미부도를 그 주변에 둘러 얹으면 신선한 우미부도 덮밥이 완성돼 그대로 손님 상 위에 올린다. 성게알 대신 철 따라 나는 새우와 게살, 참치살을 쓰기도 한다고. 우미부도 덮밥을 먹는 방법도 간단하다. 먼저 레몬즙을 짜서 밥 위에 뿌린 뒤 간장소스로 살짝 끼얹는다. 간장소스는 머스타드 소스에 우미부도 알갱이를 섞어놓았다. 새콤한 다시마 맛과도 같다. 그다음 젓가락으로 살살 저어서 골고루 섞어 주면 우미부도와 밥이 뒤섞이면서 비빔밥처럼 되어 신기하고도 오묘한 맛을 낸다. 따뜻한 밥에 끈적한 산약과 우미부도의 찰기가 더해져 젓가락으로도 뜰 수 있을 만큼 밥이 차지게 된다. 젓가락으로 한입을 떠 넣어보면 먼저 우미부도 알갱이가 저절로 터지면서 씹히는 성게알과 더불어 신기한 맛을 창출한다. '호미!'(好 味!) 최고라는 말이 저절로 터져 나올 정도로 정말 혀에 착 감긴다. 바닷물이 알갱이에 담겨 있다가 흘러나와서인가. 짭조름하면서도 미끈한 식감은 오묘하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의 경험이다.

"우미부도 알갱이가 터지면서 나오는 액체에는 미네랄이 많아서 자주 먹을 경우 건강하게 되지요. 아무리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아요."

시라이 씨의 우미부도 자랑은 끝이 없다. 특히 우미부도는 고혈압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비타민A, B와 칼슘, 철분, 식이섬유가 많은 저칼로리 해조류여서 '그린 캐비어'라고도 부른단다.

곁들여 나오는 음식도 일품이다. 일본에서 유명한 산원돈(山原豚) 돼지족발을 뼈째 푹 삶아 낸 '대비치'라는 음식과 파를 잘게 썰어 넣은 오키나와 삼겹살 소바는 국물이 시원하다. 참푸루라는 야채를 섞어 만든 '고야'도 눈길을 끄는 오키나와 향토 음식. 고소한 땅콩두부도 입안에 달라붙는다. 특히 삶은 돼지 귀를 얇게 채 썰어서 초무침을 한 '미미'는 오도독거리는 식감이 해파리초무침 같다고 할까. 모두가 이색적이다. 우미부도 아이스크림은 우미부도 알갱이가 터질 때마다 간이 배어 나와 후식으로 제격이다.

한 그릇에 2천100엔 하는 우미부도 덮밥뿐만 아니라 이 집의 해산물 진미로는 해노삼미(海老三味) 가 있는 데 단새우와 적새우, 구루마새우에다 사시미(생선회)를 추가한 해산물 음식으로 한 접시가 150엔이다. 생 우미부도 가격은 ㎏에 4천엔 정도다. 우리 돈으로 5만원. 특별한 음식재료로도 좋지만 술안주 감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냥 소스나 간장에 찍어 먹는 맛도 상큼하고 짭짤해 사케 안주로 그만이다. 덮밥 형태도 괜찮지만 나또 사라다와 샐러드 형태로 조리해도 괜찮아 응용할 부분이 많다. 사시미에도 곁들여 먹으며 일본 라면, 국수, 소면 등에도 우미부도를 고명으로 얹어 즐겨 먹기도 한다.

◆ 우미부도는 류큐인들이 즐긴 오키나와 향토 음식

식당 내부는 100㎡ 정도이나 일본 특유의 좁다란 좌석으로 오밀조밀하게 짜서 약 60석이 마련되어 있다. 소주와 사케의 메뉴별 가격은 380엔에서 1천950엔 정도. 우미부도 탕은 750엔. 우미부도 라멘(일본라면)도 750엔. 신상품으로 우미 엔젤스라는 해조류 요리가 새롭게 개발돼 있다. '신미입하'(新米入荷)라고 써 붙여 두고 일본산 쌀만 쓴다고 자랑한다.

본토 요코하마가 고향인 그는, 부인(56)이 오키나와 원주민인 류큐사람이이서 우미부도 덮밥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 장사를 할 때는 부인 친구들이 나서 전통방식을 가르쳐 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고. 류큐인들의 전통음식인 만큼 류큐 사람들이 나서 줘서 제대로 된 우미부도 덮밥을 복원할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느 일본 식당처럼 그도 단골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식당 문을 열고 연중무휴다. 연중무휴는 단골고객을 '사마'로 극진히 위한다는 일본 특유의 고객서비스 정신에서 비롯된다. 계산대 탁자 위에 놓인 깡통 모금함은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을 초래한 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로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사망한 미야기현 재해 고아들의 미래를 위해 설치해 두고 있단다. 벌써 3만엔을 모아서 도서상품권을 구입해 이미 보내고 다시 모금에 들어갔다고.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사진작가 차종학 cym47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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