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 2년 사이 대구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면서 대기오염이 개선됐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통계의 '착시현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구 율하동은 오히려 미세먼지 오염이 더 심해졌고, 북구 노원동과 서구 이현동은 측정 수치가 매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기준치를 넘어선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지역에서 올 상반기의 미세먼지 수치가 지난해보다 높아 대구 전체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의 착시, 율하동 되레 농도 증가
대구시는 올해 초 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들어 대기오염이 개선됐다고 했지만,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거나 기준치를 초과한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 지역마다 다른 경향을 보였다. 즉 큰 폭으로 하락한 몇몇 측정지점이 전체 평균을 내려 대구 공기가 좋아진 것처럼 착시효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구 도시대기 측정망 10곳의 평균한 수치를 보면, 2004~2008년 53~58㎍/㎥에서 2009~2012년 43~51㎍/㎥로 하락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율하동은 해마다 미세먼지 농도가 더 심해졌다. 율하동은 2004~2006년 40~44㎍/㎥로 연간 기준치(50㎍/㎥)를 밑돌았지만, 2007년 53㎍/㎥으로 농도가 급상승한 뒤 지난해까지 50~57㎍/㎥를 유지하는 등 6년 동안 기준치인 5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연중 가장 높은 미세먼지 농도를 보이는 봄철을 포함한 상반기(1~6월) 측정 수치만 보면, 2009년을 제외하고 2006년 이후 51~63㎍/㎥를 유지했다. 올 상반기도 61㎍/㎥로 10년 전 (48㎍/㎥)보다 크게 상승했다. 또 환경기준(1일 100㎍/㎥)을 초과한 날을 보면 2004~2008년 5년 동안 연평균 7.8일이었다가 2009~2013년 5년 동안은 연평균 14.4일로 2배가량 늘었다.
◆노원동과 이현동 기준치 초과 수준 유지
북구 노원동의 미세먼지 농도는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대구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측정 수치가 있는 2005년 73㎍/㎥을 비롯해 2006~2009년 63~66㎍/㎥을 기록하다가, 2010년 다시 70㎍/㎥으로 상승한 뒤 2011년 61㎍/㎥, 지난해 59㎍/㎥을 보였다. 노원동은 2007~2012년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대구에서 제일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올 상반기 수치가 77㎍/㎥에 달해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상반기(1~6월) 기준으로 노원동에서 환경기준을 초과한 날은 2004~2008년(5년) 연평균 26일이었는데 2009~2013년(5년) 연평균 역시 26.4일로 크게 변화가 없었다. 즉 계속해서 상반기 6개월 중 1개월가량이 기준치를 넘고 있는 것이다.
서구 이현동의 미세먼지 농도는 2004~2010년 50㎍/㎥ 중반에서 60㎍/㎥ 중반까지 유지해오다 2011년 54㎍/㎥, 지난해 50㎍/㎥으로 수치가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항상 기준치를 초과해 왔다. 이현동도 지난해 상반기는 54㎍/㎥였지만 올 상반기는 다소 오른 59㎍/㎥을 보여, 올해 평균 농도가 지난해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다시 미세먼지 농도 상승, 대기 측정망 확충 시급
올해 대부분의 측정소가 지난해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농도가 떨어지거나 똑같은 수성구 만촌동과 동구 신암동을 제외한 8곳 모두 미세먼지가 증가했다. 지점별로 보면 북구 태전동과 노원동의 증가폭은 각각 17㎍/㎥과 12㎍/㎥으로 가장 컸고, 다음으로 중구 수창동과 수성구 지산동, 남구 대명동, 달서구 갈산동이 7~9㎍/㎥, 율하동과 이현동이 3~5㎍/㎥ 으로 상승했다.
올해 환경기준을 초과한 날도 상반기를 기준으로 대구의 10곳 측정소 중 9곳이 지난해보다 많았다. 특히 이들 9곳 중 4곳은 지난해에 기준을 초과한 날이 하루도 없었다. 노원동이 34일로 지난해보다 16일이 늘었고, 이현동과 수창동이 12일, 태전동과 갈산동이 10일 늘었다.
전문가들은 대구의 대기환경 실태를 제대로 점검하기 위해선 측정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과 같은 10곳의 평균을 대구를 대표하는 수치로 내세울 경우 실제 대기 오염도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것. 현재 인구가 60만 명이 넘고 성서공단이 있는 달서구에는 측정소가 한 곳뿐이다. 또 도심이 사방으로 팽창했기 때문에 연평균 수치의 정확성을 위해선 더 많은 측정망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많은 지점의 자료를 확보한 뒤 상'하위 10%의 수치를 제외하고 평균을 내야 대구의 도시대기를 대표할 수 있는 수치가 될 수 있다는 것.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7만~10만 명당 측정소 1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10곳에서 20여 곳 정도 더 늘려야 한다"며 "인구 밀도가 높거나 최근 들어 아파트 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선 곳부터 우선 설치하고, 용도별로 산업과 주거, 도로 등으로 세분화해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청정연료 사용과 천연가스 자동차 보급, 먼지 발생 공사장 점검 등을 통해 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된 측면이 있다"며 "올해는 비가 적고 바람이 줄어드는 등 기후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높아졌다"고 했다. 이어 "당장 새로운 측정망을 확보할 계획은 없다. 2006년 나온 환경보전 중기 종합계획에 따라 기존의 측정망에 새로운 기계로 보강하거나 수리'교체했을 뿐"이라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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