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저는 이혼을 하고 남매를 기르다 여러모로 힘들어 재작년에 재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재혼한 아내 역시 전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데리고 와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내는 처음의 약속과 다르게 저의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냉담하게 대하고 있습니다. 또 자기 딸에게는 설거지 하나 시키지 않으면서 제 딸에게는 온갖 심부름을 시키고 살림을 맡기다시피하여 아이가 가출을 하려 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사업을 하는 저를 돕기보다는 사치스런 생활로 낭비를 하여 살림이 엉망입니다. 아내의 불만은 제가 자신이 데려온 딸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제 아이들만 챙긴다는 것과 자신에게 집에서 설자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재혼으로 만난 아내의 이런 태도가 너무 힘이 듭니다. 또 이혼하자니 주변에 부끄럽고, 참고 살자니 힘들기만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루션=이혼 후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다 아내와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 재혼을 했는데 오히려 재혼하지 않았을 때보다 가족이 더욱 힘들어지고 마음의 상처만 깊어졌으니 가장으로서 얼마나 큰 후회와 좌절이 있었을까요.
그래서 귀하는 지금 새 아내의 예기치 못한 약속 불이행과 이기적인 양육행동에 재혼을 후회하며 다시 이혼을 하자니 쉽지 않고 이대로 살자니 재혼의 의미가 없어 갈등하고 계시는군요.
먼저, 귀하의 가족구도를 보면 단일가족이 아니라 이전의 가족관계가 해체된, 서로 다른 두 가족이 모여 사는 복합구조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재혼가정이 귀하의 경우와 같이 화합하지 못하면 급기야 부모가 서로 다른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우리 엄마' '우리 아빠' 라는 용어보다는 '너희 엄마' '너희 아빠' 라는 입장이 우선할 것입니다. 부부 역시 '우리 아이들'보다는 '당신 아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이분화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가족관계의 복잡함과 갈등들이 얽히고설키게 되어 서로가 경쟁적이고 힘든 관계가 발생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새 아내의 불만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길 권유합니다. 그 불만 내용을 파악하고 그것을 뒤집어 놓는 가정환경의 변화만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향 키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새 아내도 귀하와 재혼할 때는 기대치가 있었을 것입니다. 새 아내 역시 자신이 데리고 온 딸에게 귀하로부터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도록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새 아내가 볼 때 귀하는 대체로 자신의 자녀에게는 관심을 쏟지만, 새 아내의 아이에게는 아버지 역할이 소홀해서 실망이 컸을 것입니다. 또 귀하의 아이들 앞에서도 새 엄마로서 '엄마'의 역할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위치확보가 부족하여 재혼가정에 충실하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새 아내가 변화해주길 바라기보다는, 저와 상담을 나눈 귀하가 먼저 변화를 보여주세요. 새아버지로서 따뜻한 감성과 관심어린 양육을 제공해 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자녀에게도 새엄마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고 가정에서도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느낄 수 있도록 새 아내의 위치를 견고하게 지켜줘 보세요.
심은 대로 거두는 법입니다. 멀지않아 아내의 태도는 비로소 귀하의 재혼가정에 협조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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