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대구 달성군 '마비정벽화마을'

청명한 날씨 속 자전거로 달려간 옛 추억의 공간

요즘 전국 곳곳에 벽화마을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경남 통영의 동피랑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대구에도 옛날 추억들을 생각나게 하는 벽화마을이 있다. '마비정벽화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이번 자전거 여행은 달성 마비정벽화마을이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2리에 있는 마비정벽화마을은 비슬산 자락에 있는 3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 출신 이재도 화백이 직접 벽화를 그렸다. 얼룩이와 점박이가 집주인이 던진 고무신을 피해 쏜살같이 도망치는 벽화가 눈에 띈다. 댓돌 위에 놓여 있는 고무신에 쉬를 했다가 달아나는 모습도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정겨운 시골 마을의 옛 모습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려 옛정취가 그대로 느껴진다. 생활 속의 여유와 함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벽화다.

마비정이란 유래는 '옛날 어느 한 장군이 마을 앞산에 올라가서 건너편 산에 있는 바위를 향해 활을 쏘고는 말에게 화살보다 늦게 가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지시가 떨어지자 그 말은 빠르게 달려갔으나 결국 활을 따라가지 못하여 죽임을 당하였는데, 이를 본 동네 사람들이 말을 불쌍히 여겨 마비정(馬飛亭)이란 정자를 세우고 말을 추모하면서 동네 이름을 마비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장군의 몰인정함에 고개가 갸우뚱하다가도 화살을 따라잡으려 온힘을 다했을 말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황토색 흙담에 그린 벽화는 사실적이고 입체적이다. 멀리서 보면 진짜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인상적인 벽화는 담 넘어 누가 오시는지 까치발 들고 살포시 내려다보는 오누이, 누렁이 소가 곧 튀어나올 것 같은 외양간 풍경, '아! 어린 시절 그때가 그립구나'를 표현한 춘하추동의 풍경, 난로 위에 도시락을 얹어놓은 교실 풍경은 그 시대의 추억들은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잠시나마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 적 그곳으로 다녀온 착각마저 들게 한다. 벽화는 그냥 대충 그린 것이 아니라 그 시대상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고 정감이 있었다.

또 소원을 이뤄준다는 낙서벽과 사랑의 자물쇠, '연리목'도 있다. 연리목은 돌배나무와 느티나무가 서로 한 나무로 자라는 특별한 형태의 사랑나무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나무라고 한다. 또한 60년 이상 된 옻나무(높이15m, 둘레 2m)도 눈에 띈다. 물레방아와 옛날 농기구를 구경하고 있노라면 어르신들에겐 어릴 적 추억을 다시 꺼내보는 시간이 된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는 농촌체험장도 있다. 마을 구경을 하면서 국수와, 두부 등 가볍게 식사도 할 수 있다. 평상에서 마을을 온몸으로 느끼며 먹을 수 있다.

마비정벽화마을은 사계절을 다 느낄 수 있는 벽화마을이다. 처마 밑에는 메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장독대가 가지런히 놓인 풍경이 아름답다. 옛추억을 반추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몸과 마음에 여유를 찾아주는 마비정벽화마을에 시간이 허락하면 아이들과, 특히 부모님들과 꼭 한번 다녀오길 권해본다. 그곳에 가면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난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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