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중 가을에 유독 바쁜 사람들이 있다. 날씨 좋은 가을에는 지방자치단체 축제, 체육대회, 야유회, 단풍놀이 등 행사가 많이 열린다. 이런 행사에 빠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가을 대목을 맞은 사람을 만났다.
◆레크리에이션 MC 이성원 씨
"요즘은 몸이 셋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일엔 하루 두 곳, 주말엔 세 곳의 축제장을 뛰고 있습니다."
일년에 200일 이상 각종 행사의 레크리에이션 진행자 및 사회자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성원(35) 씨. '귀염둥이 MC'로 불리는 이 씨는 대구경북지역의 축제장에 단골로 초청받는 MC다. 말과 표정에 개구쟁이 끼가 솔솔 묻어나는 것을 보면 타고난 익살꾼이다. 가을이 되면 행사장이 아닌 곳에서 그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힘들다. "지금 막 영주 풍기인삼축제장에서 일을 마치고 오는 중"이라며 "내일 새벽에 또 영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의 일정표는 11월 둘째 주까지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다. 이 씨는 2006년 이효선(31) 씨와 결혼, 일곱 살과 세 살된 두 딸이 있다. 그에겐 나름대로 고객의 관심을 받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
"무대 뒤에서 방송국 아나운서처럼 멋진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짜~쟌 나타나는 게 저의 특기"라고 슬쩍 비법을 소개했다. "행사장 무대에 선 사회자는 처음 1, 2분 안에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그날 행사는 망치는 법"이라고 했다. "처음엔 무조건 박수를 유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제게 박수를 많이 쳐주신 분은 100살까지 무병장수하시고~ 박수를 안치신 분은 잘 사시든지 못 사시든지 저는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모두 열광적인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이 씨는 초·중·고 학창시절에 응원단장을 도맡아하는 등 어릴 적부터 끼를 발산했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자연스럽게 교회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행사를 진행하는 법을 익혔다. 대학 1학년 때 기독교놀이문화협회에 들어가 MC의 비법을 배웠다.
군대(해군) 시절에 특기란에 '레크리에이션'이라고 적은 것이 계기가 돼 가장 웃기기 어렵다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재능을 발휘하면서 MC로 진로를 결정했다. 그는 2009년 지역 MC들을 위한 'MC 컬러풀'이란 회사를 만들었다. 현재 7명의 식구가 대구경북의 각종 행사장과 축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신바람 관광버스 기사 배재민 씨
"가을요? 일년 중 제일 귀한 몸으로 대접받는 시기이지요. 그래도 이런 황금 시기가 있는 재미로 힘든 줄 모르고 일합니다."
대구 국민관광 소속 관광버스 운전기사 배재민(54·대구 북구 구암동) 씨. 그는 요즘 연신 "바쁘다! 바빠!"를 외치고 있다. 운행일지를 슬쩍 들여다보니 설악산, 청량산, 내장산, 백양산, 전남 담양 등 한결같이 가을 단풍여행 예약으로 가득차 있다. 인터뷰 도중에도 휴대전화가 자주 울린다. 배 씨는 국민관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사다. "인기요? 제 성격이 천성적으로 느긋한데다 아무래도 승객을 편안하게 모시는 것 때문에 한 번 이용한 손님들이 다시 저를 찾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관광버스를 운전하는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손님들을 모시고 관광을 다니는 일이 그저 즐거운데다 돈벌이(?)까지 되니 얼마나 좋은 일이냐는 것. 하나밖에 없는 딸을 결혼시킨 후 노모(82), 아내(안순애·46)와 함께 산다.
배 씨는 버스 기사 생활만 24년째다. 관광버스는 15년째. 베테랑 기사다. 손님들에게 '늘 싱글벙글 웃는 모습의 기사'로 소문났다. 그래서 헤어질 때 꼭 명함을 요구한다. 손님들과 신뢰를 쌓은 배경은 '약속을 잘 지키는 일'이라고 한다. 그는 "내가 손님들에게 한 말은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 버스 관광 트렌드에 대해 설명했다. "예전에는 회사 직원들의 야유회 고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된 후부터는 가족 중심의 고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배 씨는 또 "요즘은 관광버스에서 손님들이 술 취해 춤추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손님들이 쓰레기를 휴게소에 버리거나 집으로 되가져가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배 씨는 형님과 동생에게도 관광버스 운전기사직을 권유해 현재 삼형제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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