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WEC)가 17일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를 통해 세계 경제계 거물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 향후 대구의 투자 유치에'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서울 중심의 WEC 조직위원회가 행사를 총괄운영하면서 대구의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고 홍보 부족과 교통 및 숙박 부문에서의 서비스는 2015 세계물포럼 등 대형 국제행사를 앞둔 대구의 과제로 남았다.
◆역대 최대 규모로 마감
이번 WEC는 120개국에서 7천500여 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또한 일반 참가자들을 포함해 전시회 참관객은 3만 명이 방문했고 73개국에서 272명의 연사가 참석했다. 이라크,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 주요 에너지대국 장관뿐 아니라 로얄더치셀 회장, 아람코 총재, 지멘스 회장 등 에너지계 거물이 대부분 참석해 여느 총회보다 연사들의 수준이 높았다.
이번 WEC는 총회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정부와 세계에너지협의회가 공동으로 '대구선언'을 채택해 글로벌 에너지 이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비전을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성과도 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연설을 통해 밝힌 '동북아 에너지협력을 통한 글로벌 에너지 협력 증진′을 구체화하기 위한 재원 마련과 협의체를 구축키로 한 것도 성과다.
한국은 내년 국내에서 열리는 클린에너지장관회의(CEM)에서 민관협력 정책사례를 발굴하기로 약속하는 등 에너지 문제에 대한 미래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주최국으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이뿐만 아니라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합작투자계약, 한-핀란드 에너지기술 협력 MOU 체결, 에너지기술포럼 개최 등 이번 총회를 계기로 모인 글로벌 기관들의 구체적인 협력 성과도 도출해냈다.
조환익 WEC 조직위원장은 "이번 WEC는 이 시대에 가장 시급한 에너지 과제를 논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결정하며 실천에 옮기는 장이었다"며 "한국은 에너지 분야의 UN과 같은 역할을 했으며, 한국에서 개최되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총회를 통해 한국이 더 이상 에너지 분야의 변방국가가 아니라, 중심국가로 도약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 목소리 극대화해야
WEC 조직위와 대구시는 WEC 준비 과정에서 적잖은 잡음을 노출했다. 조직위의 5년간 예산이 500억원인데 대구시가 투입한 예산은 고작 8억원이라 상대적으로 대구시의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더욱이 행사 대행사(PCO)가 조직위 지시만 듣다 보니 대구시의 입김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대행사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대구의 관광지를 보여주는 대구 시티투어나 그린에너지투어 등을 여행 코스에 넣지 않으려다 대구시의 강력한 요구로 뒤늦게 수정했다. 또한 대구 투자 유치와 비즈니스를 위해 대구시장과 글로벌 기업 CEO와의 면담 및 미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직위는 해당 CEO들의 정보 제공을 꺼려 시가 섭외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었다.
대구시 관계자는"개인 정보 보호 차원인 것은 알지만 WEC를 통해 비즈니스를 극대화하려는 시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2015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 등 국제행사를 앞두고 조직위에 대구시 공무원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서기관급 이상의 공무원을 비롯해 되도록 많은 인력을 사전에 조직위에 파견해 체계적으로 대구의 입장을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역 경제계의 한 인사도"조직위 구성 때부터 대구시 공무원이 깊숙이 개입해야 장소만 제공하고 남의 잔치가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PCO 참여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WEC는 서울의 PCO가 행사를 맡아 진행하다 보니 지역 업체의 참여가 저조했다. 이 때문에 대구는 장소만 제공하고 실익은 서울이 가져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보 부족 등도 지적돼
WEC가 세계적인 행사인데도 서울을 비롯해 다른 지역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고 WEC 조직위의 소통 부재도 문제였다. 총회를 준비하면서 조직위와 대구시, 엑스코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하는데 조직위가 정보를 독점하면서 폐쇄적으로 운영해 총회 준비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교통과 숙박 등의 부문에서의 서비스 보완도 과제다. 지역에 특급호텔이 부족하다 보니 이번 총회 참가자들을 위해 그린스텔(비교적 시설이 깨끗한 모텔)을 운영했다. 시설 면에서는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언어소통과 조식 서비스 부재로 참가자들의 불만을 샀다.
더불어 국내 참가자들의 상당수는 볼거리가 많은 경주 등지에서 숙박을 했다. 이로 인해 정작 대구의 그린스텔 숙박률은 저조했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교통이나 숙박 등 제반 사항들을 이제 시스템화해서 2015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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