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아버지/김원일 지음/문학과 지성사 펴냄.
'마당 깊은 집'은 6'25 이후 대구 약전골목을 배경으로 질곡의 세월을 삯바느질로 견디는 작가 김원일의 어머니 이야기다. '마당 깊은 집'은 신산의 시대에 빼앗긴 어머니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김원일의 신작 '아들의 아버지'는 작가가 여덟 살 이후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를 추적하는, 위태로운 역사 속에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가는 소설이다. 소설 '마당 깊은 집'이 작가가 13세 무렵의 모습을 담았다면, '아들의 아버지'는 작가가 태아일 때부터 아버지가 월북하던 8세 무렵까지를 담고 있다.
아버지는 1914년 2월생이고, 어머니는 1915년 11월생이다. 두 사람은 1935년 각각 21세와 20세 때 결혼했다. 아버지는 외동아들이어서 응석둥이로 자라 고등교육을 받았다. 어머니는 적빈한 유생의 막내딸이라 신식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아버지는 키가 1m65㎝로 조금 작은데다 마른 체격으로 낭만적 예술가형이었고, 어머니는 1m68㎝로 기골이 크고 성격도 강직하고 과묵했다. 아버지는 가족과 생계에 무심했고, 어머니는 게으른 것을 무엇보다 싫어했다. 두 사람은 성장환경이나 성격, 체격, 인생관이 모두 달랐다.
상업학교를 나와 금융조합 서기로 일하던 아버지는 일본으로 유학을 가버렸다. 거기서 신교육을 받은 여성과 눈이 맞았고, 돌아와서는 어머니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했다. 아버지는 신여성과 아예 살림을 차리고 이복동생을 두었다. 신여성과 헤어진 뒤에는 진주 출신의 기생과 눈이 맞아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살았다.
일제강점기에 아버지는 '항심회'(恒心會)라는 비밀독서회를 만들었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돼 감옥살이를 했다. 해방과 함께 풀려난 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와 좌익운동을 했다. 경찰이 무시로 집에 들락거렸고, 끝내 아버지는 체포되었다. 1947년에는 고향 경남 진영을 떠나버렸다.
집안은 쑥대밭이 되었고, 가족들은 경찰에 잡혀가 고문과 매질을 받기 일쑤였다. 고향에서 살 수 없게 된 가족들은 서울로 이사를 했다. 아버지의 좌익활동은 서울에서도 여전했다.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하자 아버지는 1950년 7월 1일 서울시 성동구역 임시인민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아버지는 월북길에 가족을 데려가기 위해 서울의 집으로 왔으나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
어머니는 평생 처자를 내팽개친 아버지를 "사상과 계집질에 미친 미치광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청년 시절 김원일은 어머니의 그 말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작가는 "돌이켜보니, 당신은 누구도 그 자리에 대신 앉을 수 없는 내게는 유일무이한 아버지"라고 말한다. 작가 김원일의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자, 일제 말기와 해방기, 6'25 동란기의 역사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382쪽, 1만3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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