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는 반미치광이가 되고 참모는 온미치광이가 된다'는 얘기가 있다. 선거에서 참모의 중요성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참모들이 선거에 얼마나 집중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유권자들과 만나고 눈빛 교환에 전력투구하는 후보 뒤에는 동선을 만들고 전략을 짜고 홍보를 맡는 등 그야말로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참모들이 버티고 있다. 10'30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포항남'울릉 선거전의 참모들을 만나봤다.
◆새누리당-경륜
공식 선거운동 D-12일인 18일 오후 3시, 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동 새누리당 박명재 후보 선거사무실. 치열한 공천 심사 과정을 거치면서 힘들게 공천장을 거머쥔 박 후보 사무실에는 새누리당 텃밭인 지역 정서를 반영하듯 당원들과 유권자들로 북적인다.
기자를 맞이한 김실근(66) 본부장은 대화 도중 방문객들의 인사를 받느라 얘기의 흐름이 수차례나 끊겼다. 탄탄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새누리당 공천을 쟁취(?)한 캠프답게 여유가 묻어났다. 박 후보 캠프 참모들은 7월 말부터 오전 8시 전에 출근해서 자정이 돼야 퇴근하는 강행군을 해 왔다. 후보와 인연이 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본부장, 사무장, 조직국장, 청년부장 등으로 나눠 조촐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4인방이 후보가 공천을 받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매주 월요일 후보가 참석하는 회의를 통해 큰 틀의 선거전략을 마련해 왔다. 나머지 소소한 결정은 김 본부장 주도로 매일 출근 직후 갖는 티타임을 통해 해왔다.
참모들은 모두 박 후보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포항시 북구청장을 끝으로 6년 전에 퇴직한 김 본부장은 후보와 40년 가까운 인연이 있다. 김 본부장이 영일군청에서 근무하던 1970년대 행정고시에 합격한 박 후보가 영일군청 시보로 왔을 때부터 인연이 시작됐다. 김 본부장은 "나이도 같아서 가깝게 지냈다. 몇몇 선거에 도움을 주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 도와주러 왔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김 본부장이 박승호 포항시장 선거도 돕는 등 그 나름 선거 경험이 풍부하다고 귀띔했다. 포항시의원을 지낸 안동기(60) 사무장은 박 후보의 매력에 반해 캠프에 합류했다. 2012년 총선에서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때부터 캠프에 들어왔던 안 사무장은 풍부한 경험으로 캠프의 중심을 잡고 있다. 김용부(56) 조직국장은 후보의 장기중 후배다. 장기중 총동창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후보를 자연스레 돕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
◆민주당-패기
만 26세에 포항시의원을 지내는 등 20년 넘게 지역에서 야당 정치인으로 활동한 민주당 허대만 후보는 충성심 강한 참모들을 두고 있다. 박희정(41) 여성국장이 대표적이다. 후보가 포항시의원 시절인 1995년 동료 시의원들과 만든 포항지방의정연구소에 박 국장이 취업을 하면서 후보와 인연이 시작됐다. 갓 대학을 졸업한 꽃(?)다운 20대 젊은 여성이 18년 동안 후보의 든든한 참모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오랜 인연 덕분에 지금은 눈빛만 봐도 후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호칭도 '대만 형'이다. 후보의 친구들은 박 국장을 '박군'이라고 부른다. 박 국장은 "가족 같은 분위기"라며 "크게 얘기를 하지 않아도 서로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는 지역 현안을 완전히 꿰고 있어서 큰 주제만 줘도 알아서 말을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자랑했다.
김치관(30) 정책국장은 후보가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을 하던 시절인 2011년 인연이 시작됐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김 국장은 젊은 감각으로 공약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대구가 고향인 그는 한 달 전부터 포항에서 여관 생활을 하며 후보를 돕고 있다. "피곤해 뻗기 직전이다. 새벽에 여관에서 나와 자정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여관 주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의아해하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후보 주변에는 오랜 참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중앙당과 경북도당 당직자들까지 합류했다. 경북도당 김두진 대외협력실장은 "지역 유지들 중 후보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캠프에 합류하는 것에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라며 "지역색을 극복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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