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래희망? 몰라요~" 외면하던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동변중 시범 운영 사례

대구 동변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상징물인
대구 동변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상징물인 '꿈날개 의자'. 대구 동변중 제공

자유학기제가 학교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16년부터 모든 중학교에 도입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 학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이번 2학기부터 자유학기제를 시범 운영 중인 대구 동변중학교의 사례를 살펴봤다.

◆동변중 1학년들의 수업 풍경

동변중 1학년 이지훈 군의 일상은 또래 다른 중학교 학생들과 다르다. 점심 식사 전까지 4교시 수업을 하는데, 이 중 3, 4교시에는 주로 한 과목을 수업 받는다. 이른바 '블록타임제' 수업이다. 학생들끼리 토론을 하거나 함께 과제를 풀고, 교사와 문답식으로 수업을 하다보면 한 시간으로는 모자라기 때문에 도입한 수업 형태다. 오후에는 음악, 미술, 체육 수업을 주로 받는다.

지훈이를 비롯한 동변중 1학년 173명 전원의 수업 내용은 더욱 평범하지 않다. 2학기 들어 직업 현장 체험을 전제로 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 따라 교육을 받고 있다. 학기 초 직장체험의 의미, 직업인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특강을 듣고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9월까지 다양한 직업 종류를 이해하기 위한 현장 학습(준비기), 교내에서의 미니 회사 창업 실습과 체험할 직장 방문(실습기)을 거쳤다.

9월 말 지훈이가 직업 체험을 위해 방문한 곳은 경산의 삽사리테마파크. 이곳에서 지훈이는 삽살개의 밥을 챙기는 것 외에도 우리를 청소하고 산책, 목욕 등도 시켰다. "삽살개가 큰 덩치에 비해 너무 온순하고 얼굴도 귀엽게 생겼더라고요. 삽살개를 챙기는 게 절말 재미있었습니다. 삽살개 연구사, 조련사, 미용사 등 개와 관련된 직업이 여러 개라는 것도 배웠어요."

동변중 1학년 학생들은 이달 23~25일 3일 동안 직장 체험에 나선다. 이 기간 동안에는 등교도 하지 않고 바로 체험할 직장으로 출근한다. 학부모들도 기꺼이 동의한 일이다. 체험이 끝난 뒤에는 꿈 발표 대회, 내 꿈의 멘토 발표회도 가질 예정이다.

동변중 박미숙 교사(교무부장)는 "직업 현장 체험을 위해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수업 시간이 많이 줄어 학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중간'기말고사를 치르는 대신 이 시간을 체험활동에 쓰는 것이라 실제 수업 시간은 거의 줄지 않아 수업 결손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진로 탐색을 통해 영그는 꿈

동변중의 이 같은 모습은 자유학기제가 몰고 온 변화다. 동변중은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선정, 2학기부터 진로 탐색 교육과 예술'체육 중점 교육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1학년들을 대상으로 직장 체험 기간 외에는 오전에 기본 교과 수업을 듣게 하고 오후엔 뮤지컬 등 음악 6개 과정 중 2개, 미술과 체육 각 3개 과정 중 2개씩 선택해 익히도록 한다.

사실 동변중은 자유학기제가 그리 낯설지 않다. 작년 3월부터 학교 예산을 투입, 1~3학년을 대상으로 1박 2일씩 진로 캠프를 열었고 교육부가 진행하는 학교진로교육프로그램(SCEP'School Career Education Program) 시범학교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일찌감치 진로 교육에 관심을 쏟아왔기 때문.

동변중 제갈태균 교장은 진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많이 변하고 있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공부도 하고 학교 생활도 즐거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예전에는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아직 몰라요' '생각 안해봤는데요'라는 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지금은 장래희망을 이야기하고 얼굴도 밝아진 아이들이 많아요."

동변중이 자유학기제를 비교적 순탄하게 운영하는 데는 교사들의 열정이 한몫했다.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선 직장 체험장 확보가 가장 큰 난제였다. 동변중이 확보한 직장 체험장은 모두 73곳. 이 가운데 절반은 학부모의 힘을 빌렸고 나머지는 교사들이 직접 발로 뛰며 승낙을 얻은 것이었다. 23~25일에는 1학년 학생들이 이곳 중 58개 사업장으로 출근한다.

일에 지장이 있을 텐데도 기꺼이 학생들에게 사업장을 열어준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 이에 동변중은 학생들이 직장 체험 후 해당 사업주들에게 감사 편지를 쓰도록 할 예정이다. 또 지역 사회의 도움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지역 주민들이 함께 들을 수 있는 '전국 명사 초청 특강'도 마련했다. 이미 두 번 특강을 개최했고, 다음 달 14일 오후 3~5시에는 한국교원대 임웅 교수가 '노벨상을 꿈꾸는 아이'를 주제로 특강을 한다.

제갈태균 교장은 "사업장을 열어준 업주들을 모아 두고 아이들에게 '직업에 임하는 마음가짐' '땀흘려 일하며 키워주신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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