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언제나 행복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행복만 좆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행복 추구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한 가지 행복이 왔을 때 거기에만 만족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행복이 찾아오면 잠시 그 행복에 젖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행복은 기본이 되고 더 나은 행복을 반드시 찾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살아가면서의 즐거움이 행복보다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즐기는 동안도 즐겁지만, 큰 무리는 안 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지요. 더 나은 즐거움을 추구하기는 하겠지만 인생에 그리 큰 해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둘 다 과도하게 추구하면 무리가 되는 건 사실이지만, 즐기는 것이 행복보다 덜 무리가 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돈을 많이 벌어서 행복한 경우를 가정하겠습니다. 많은 돈으로 잠시는 행복할지 모르겠지만, 어디 거기서 멈추는 경우가 있던가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무리를 하게 되고, 결국은 불행해지거나 오히려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을 보게 됩니다. 극히 일부는 대성공을 거두기는 하지만 아주 소수의 경우이지요. 설사 재벌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점을 안게 되고요.
즐거움은 어떻습니까. 즐거움의 대표격이 취미입니다. 취미는 본인이 즐거워서이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취미도 심하게 즐기면 무리가 따르기도 하지만, 그리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많지는 않습니다. 취미를 즐기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젊은이나 노인 가릴 것 없이 평생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취미를 한두 가지 이상 가지고 있다면 즐거운 인생이 된다는 것이 제가 발견한 지혜입니다.
저는 청소년 시절 아주 불우했고 대학 2학년까지 거의 4년을 고학하다시피 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에 좋은 기업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소중한 아내를 만나서 결혼도 했고요. 잠깐 행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불행은 시작되었습니다. 건강을 점점 잃었고 정신까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공황장애까지 걸리게 된 것이지요. 결국은 공황장애 때문에 비행기를 못 타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장에도 이상이 생겨 부정맥 증상까지 왔습니다. 그때가 30대 후반~40대 초반이었으니 저의 세상은 암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인 의사의 말 한마디에 제 인생은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여러 병으로 암울했던 저에게 그 친구는 "죽을 복은 타고났다"고 하는 겁니다. 부정맥 때문에 심장마비로 죽으면, 정작 본인은 죽는 줄도 모르게 죽음을 맞게 되니 죽을 복은 타고났지 않느냐는 겁니다.
그 한마디에 힌트를 얻어 죽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자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이왕 죽을 바에는 죽음을 각오하고(아니 삶을 포기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비행기를 탔습니다. '내가 나를 못 죽이니 병인 네가 나를 죽여보라'는 포기에 가까운 처절한 도전이었지요.
비행기를 타보니 불안은 엄청나고 여전했지만 죽지는 않더군요. 오히려 짜릿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행복은 얼마 가지 않더군요. 저도 인간인지라 더 나은 상태를 원하게 되었고, 생각을 또 바꾸었지요. '죽기 전까지라도 즐겁게 살자!'고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던 것들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천문우주학, 역사, 꽃과 식물, 여행, 그리스 로마 신화 등 취미들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고, 여기에 빠져 있는 동안은 세상 모든 근심이 잊히게 되더라고요.
아직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공황장애와 동거하면서 비행기 터뷸런스조차 불안 속에 즐기게 됐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스릴을 느끼듯 말입니다. 저는 행복을 추구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좋아하는 걸 즐길 뿐이었지요. 아주 단순하지요.
이제 저는 60대 초반이긴 하지만 당뇨병 등과도 동거하며 여전히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저는 '자유인'인지도 모르겠다며 스스로 만족하며 살고 있지요. 취미로 즐기던 일들이 이젠 제법 전문가 수준으로 되었고, 그 속에 파묻히게 되니 온갖 세파를 이겨내게 되더군요.
이래서 행복보다는 즐거움이 인생살이의 필요충분조건이 되고, 이게 바로 행복과 즐거움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여러분도 본인에 맞는 취미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삶이 풍족해질 테니까요. 나이가 들어 시작하면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이런 제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고난과 고통을 넘어- 즐거운인생 맛있는 삶'이라는 책도 출간하게 됐고, 저의 직접 경험으로 말씀드리는 것이니 믿으셔도 될 것이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송인섭/대구테크노파크 원장 insopsong@tt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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