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바람둥이 황제, 바오 다이

1913년 오늘, 프랑스에 예속된 베트남의 카이 딘 황제와 농가 출신의 첩 사이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의 앞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응우옌 왕조의 마지막 황제가 되는 것이었다. 고국에서 거의 지내지 못한 소년은 13살에 바오 다이 황제가 됐다.

고귀한 출신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듯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베트남을 개혁하고 근대화하려고 잠시 애써봤으나 프랑스의 벽에 막히고 말았다. 1945년에 퇴위할 때까지 19년 동안 프랑스의 지배와 일본의 짧은 점령기를 거치면서 무력한 '허수아비 황제'로 지내야 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다시 프랑스의 식민 통치가 이어지고 호찌민의 베트남독립동맹이 일어나자 1946년에 홍콩으로 도망쳤다. 그곳에서 3년간 머물면서 주색에 빠져 지내는 사이 '바람둥이 황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1949년 귀국한 후 자주권이 어느 정도 부여된 베트남의 국가주석이 되었으나 퇴폐적인 생활은 그치지 않았다. 1954년 프랑스의 지배가 종식되고 고 딘 디엠 정권이 들어서자 이듬해 프랑스로 떠났다. 예전보다는 사치를 삼갔으나 재산을 탕진하면서 여생을 보냈다. 2명의 황후와 3명의 후궁을 두었고 1997년, 83세에 파리에서 숨질 때는 여섯 번째 결혼한 프랑스인 부인이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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