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교육 비타민] 우리 아이 자신감 키우기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집으로 손님을 가끔 데리고 오셨다. 그런데 난 손님이 반갑지 않았다. 손님이 오실 때면 으레 장남인 나를 불러 그분 앞에서 이름을 말하게 하고 노래도 부르게 했다. 내가 주뼛주뼛하고 있으면 아버지는 "남자가 그렇게 부끄럼을 타서는 안 돼"라고 하면서 억지로 시키셨다. 난 그런 상황이 싫었다. 이름을 말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곤 했다. 철들고 나서야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오랜 기간 어릴 적 기억이 나의 자신감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자신감이란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 혹은 긍정의 힘이다. 자신감을 나타내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의 의견을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잘 드러내는 편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수업은 대부분 주입식보다 상호소통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자기의사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또한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인 듯하다.

대체로 과거의 부모, 특히 아버지는 근엄했다. 아이는 아버지를 어려워했기 때문에 자기의견을 편하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의 아버지는 아이의 생각을 비교적 잘 수용하는 편이다. 따라서 가정에서도 아이가 자기 생각을 자연스레 표출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위축되어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감 낮은 아이들이 가끔 눈에 띈다. 이런 아이를 가진 부모는 속이 상한다. 다른 애들은 거리낌 없이 자기의 주장을 잘도 펼치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자기 아이를 보았을 때 부모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이다.

아이의 자신감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은 무엇보다 부모의 태도라 여겨진다. 아이에게 "너, 이것도 못하니?" "왜 자꾸 실수하니?" 등과 같은 부정적인 말을 자주 하게 되면 아이는 더욱 소극적으로 변한다. 아이가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잘 나타내지 못하더라도 화를 내거나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는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 자라는 과정에 간혹 들었던 호의적 말이나 칭찬조차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를 긍정적으로 대해주고 인정해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아이가 작은 성취 경험을 많이 가지도록 하면 좋겠다. 성공 경험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지금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성취 경험을 쌓게 하면 된다. 가까운 슈퍼에 심부름 보내 원하는 물건을 잘 사 왔을 때나 현관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한 경우도 아이의 성공 경험에 해당한다. 작은 일을 이루었을 때의 인정과 격려는 아이의 자신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아이의 자신감은 인정과 성취 경험을 통해 서서히 축적된다. 특히 부모의 꾸준한 배려와 사랑이 함께할 때 이것이 높아지게 된다. '나는 할 수 있다'로 대변되는 자신감은 아이가 힘들고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회피하거나 쉽게 포기하지 않게 한다. 높은 자신감은 아이의 미래를 밝게 해 준다.

성장환(대구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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