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의 주인은 법조인이 아닌 일반인입니다."
21일 대구지방법원 주최로 열린 '알기 쉬운 법률용어와 판결서' 토론회(사진)에서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판결문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순형 대구지법 행정부 부장판사는 이날 토론회 1부 주제발표자로 나서 "현재 판결문은 만연체의 긴 문장과 한 문장 내 주어-술어 사용이 많은 중문'복문의 남용, 낯설고 어려운 법률용어 등으로 읽기 어려운 만큼 되도록 짧은 문장과 순화된 용어, 즉 일상 표현 등으로 판결문을 쉽게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구지법이 토론회에 앞서 일반인 128명과 법관'변호사 등 법조인 118명을 대상으로 각각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반인 설문조사 대상의 69.5%(89명)가 '재판을 받는 당사자인 국민 일반인이 판결문을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법관 및 변호사 응답자의 79%(93명)는 '일반인이 판결문의 대강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 극명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그는 "일반인들은 판결문을 다 읽기를 원하는데 법관, 변호사 등 법조인들은 오해하고 있다. 판결문의 본질적 기능 중 첫 번째도 당사자에게 그가 받은 판결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라며 "이때문에 판결문은 당연히 일반 국민이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판결문의 만연체를 개선하고, 법률용어 등 어려운 표현을 자제하는 등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판결문을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권 부장판사는 각급 법원마다 '쉬운 판결문 작성을 위한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자발적으로 정기적 모임을 가지고 법관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며 자신들의 판결문을 점검해보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상급 법원에서 먼저 판결문에 사용하는 기존 용어와 문체 등을 쉬운 용어와 간결한 문체로 바꾸면 하급 법원으로써는 자연스럽게 이전의 부적절한 관행적 표현을 고쳐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김창록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법률용어를 알기 쉽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용어 사용은 아주 민감한 일인 만큼 명확성과 논리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김계희 변호사는 "판결문을 쉽게 쓰는 것 못지않게 소송 당사자가 원하는 자세한 답변서 같은 느낌을 주는 판결문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열린 2부에서 이재동 대구지방변호사회 제1부회장은 "현재 판결문은 기초사실, 당사자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체제로 작성되고 있을 뿐 개개 사안의 특수성이나 법관의 개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고, 남길임 경북대 한국어문화원 교수는 "낯선 용어보다 친숙한 용어를 일반적 용법과 달리 생소하게 사용할 때 국민은 더 어렵고 혼란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중의성이 적고, 많이 사용되며 사전의 의미로 해석 가능한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전혜정 법제처 행정사무관은 "쉽고 반듯하며 정확한 판결문 작성을 위한 어려운 법령, 알기 쉽게 새로 쓰기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인데, 행정소송법에 이어 민법도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정비 사업이 끝나면 모든 법령문을 한글로 표기하고, 어려운 한자어와 일본식 한자어, 전문용어 등을 정확하고 알기 쉬운 우리말로 정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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