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대구오페라하우스(이하 오페라재단)와 대구문화재단의 대표 결정을 두고 선임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오페라재단은 17일 이사회(이사 9명)를 열고 오페라재단의 신임 대표로 안재수 전 아카데미 시네마 대표를 1안으로, 유재성 태창철강 회장을 2안으로 추천했다. 공모나 추천위원회 구성 등의 절차는 생략됐다. 대구문화재단 대표 선임 역시 공모나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이사회의 추천만으로 대표가 선임되면서 객관적이고 전문성 있는 검증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의 굵직한 문화계 수장 자리가 이사회 추천 형식으로 결정 나면서 문화계에서는 "과연 이사회 의견만으로 대표를 추대하는 것이 적합한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사 몇 명의 의견만 모아진다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누구든 대표로 추대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인 데다, 대구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으로 있어 시의 입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소수로 구성되는 이사회 추천 방식을 택할 경우 밀실 행정, 몇몇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짜맞추기 인사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불거지고 있다. 한 지역 예술인은 "근래 들어 문화 기관장 인사가 이미 짜여진 틀 안에서 정해진대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적잖다. 이 과정에서 특정인사를 중심으로 한 역할론이 무성하다"며 "이런 논란이 아예 불거지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선출 방식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서울'경기'성남'부산문화재단 등 전국의 대다수 문화계 재단들은 대표를 '공모' 형식으로 선임하고 있다. 대전문화재단의 경우 지난해 9월 재단 대표 선임을 둘러싸고 특혜 인사, 부실 인사 논란이 불거지자 정관을 개정했다. '대표이사는 공모 후 이사회의 추천을 거쳐 시장이 임명한다'로 정관을 바꾼 것. 또한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의 경우에는 공모를 한 뒤 원장추천위원회에서 한 번 더 심사를 하고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는 순으로 심사절차를 강화했다.
특히 오페라재단의 경우 이사회는 인물부터 먼저 낙점한 뒤, 그의 형편에 맞춰 재단 수장의 근무 형태를 정했다. 새로 설립되는 재단인 만큼 수장을 상근 대표(비 이사)로 할 것인지, 비상근 대표(이사)로 할 것인지, 아니면 상임 이사제로 할 것인지가 향후 운영방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빠져 있었던 것. 인물부터 먼저 정해놓은 뒤 안 전 대표가 상근할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상근 대표 형식으로 해야 한다는 순서로 이사회가 진행됐다.
이에 대해 한 문화계 인사는 "사람부터 정해놓고 운영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절차상 앞뒤가 뒤집힌 것이며,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재단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운영방식에 대한 토론이 없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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