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대학가요제

지난주에 TV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보는데 노사연, 유열, 임백천 등 가수 몇 명이 나왔다. 이들은 폐지된 대학가요제를 부활시키기 위한 모임을 만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매년 이맘때쯤 하던 대학가요제 이야기가 없다. 대학가요제가 사라진 것이다. 그걸 나는 몰랐다. 대학가요제는 해가 거듭될수록 우리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던 게 사실이다. 가요계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동경하는 대상이지만, 아이돌 스타들을 중심으로 새 판을 짠 탓에 그 출세 경로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런저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기획사의 눈에 들어서 크는 가수가 훨씬 많아졌다.

이런 현실이 못마땅해서인가, 방송에 나온 이들은 우리 대중음악에 끼친 공이 큰 대학가요제를 그 순수했던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만들자는 이야기를 펼쳤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순수한 건 옛 대학가요제가 아니라 그들의 생각이다. 과연 지금 대학생들만의 축제인 대학가요제가 더 이상 필요할까? 지금 한국에서 대학문화라는 게 존재할까? 대학생 시절 사회학개론을 공부할 때, 대학문화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하위문화(sub culture)라고 배웠다. 이제는 아니다. 대학교의 문화와 대학 바깥의 문화는 별 차이가 없어졌다. 중학생들이 좋아하는 가수를 대학생들도 좋아하고, 월말에 치르는 회사 단체회식에서 벌어지는 술자리가 대학생들의 그것과 딱히 다른 점이 없다.

이런 걸 두고 어떤 사람들은 캠퍼스의 낭만이 사라졌다고 혀를 찬다. 대학가요제 부활을 기원하는 음악인들의 심정도 비슷할 것 같다. 나는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문화는 늘 변하는 게 아닐까? 지금 어른들 눈에 삭막하게 보이는 대학교에도 그 나름의 낭만이 존재한다. 꼭 잔디밭에 앉아서 막걸리에 통기타를 곁들이고 마르쿠제를 읽어야만 낭만인가.

문화라는 개념이 들어선 건 16, 17세기 유럽의 궁정사회였다. 그 당시 귀족들은 자신들이 먹고 입고 노는 고상한 전통에다 문화라는 말을 붙였다. 그 논리로 인하여 그들 나라의 가난한 백성들, 혹은 다른 대륙의 모든 곳에는 문화가 없다는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이 생겼다. 문화가 유럽의 단일체가 아니라 다(多)문화 개념으로 바뀐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요즘 가요는 따라 부를 수도 없어서 노래도 아니라는 말을 주변 어른들이 한다. 모르시는 말씀이다. 요즘 노래도 요즘 애들은 잘 따라 부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순간에 이르면 먹고살기 바빠서 귀를 닫아버린다. 그러고는 말한다. '그때 가수와 노래가 진짜였다'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문화는 바뀌고 있고, 예술은 발전하고 있다. 예술은 자고로 어때야 하는데 변질되어 간다는 위기감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 왔고, 그 전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혁신적인 실험이 문화와 예술의 역사로 남는다.

갤러리 분도 아트 디렉터 klaatu84@dreamwiz.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