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구를 위해 나무를 심자'…모하마드 타제란 씨

전 세계 학교를 돌며
전 세계 학교를 돌며 '나무 심기' 운동을 하는 이란 남성 모하마드 타제란(왼쪽 뒷줄 네 번째) 씨가 22일 대구 송정초등학교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 나무를 심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자전거에 인생을 싣고 8년째 세계를 달리는 이란 남자가 있다. 모하마드 타제란 (Mohammad Tajeran'37) 씨가 지금까지 자전거로 거쳐 간 나라만 36개국, 달린 거리는 무려 4만1천884㎞에 이른다. 자전거를 타고 각국 학교를 찾아 'We need trees'(우리에게 나무가 필요해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나무 예찬론자'다. 22일 나무를 심을 101번째 학교를 찾아 대구까지 온 타제란 씨를 만나 그의 '자전거 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전 세계에 나무 심는 사나이

22일 오후 3시 대구 동구 괴전동 송정초교 운동장. 하교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초등학생 30여 명이 운동장에 남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렸다. 아이들을 찾아온 사람은 이란에서 온 여행자 모하마드 타제란 씨. 가슴에 'We need trees'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타제란 씨는 아이들과 함께 화단으로 가 무궁화 묘목을 심었다. 타제란 씨의 여행 목적을 듣고 나무 사랑이 각별한 심후섭 교장이 미리 준비한 선물이다. "여러분, 나무 한 그루는 두 사람이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공급합니다. 여러분 생일에 나무를 한 그루씩 심으면 어떨까요?"

이란에서 기계학을 공부하고 엔지니어로 꽤 안정적인 삶을 살던 타제란 씨는 "어느 날 밤 꾼 꿈이 삶 전체를 뒤흔들었다"고 말했다. "어떤 꿈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꿈에서 내 인생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는 강한 느낌을 받았어요. 자전거를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하겠다는 어린 시절 꿈이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하며 희미해졌는데 되살아난 거죠." 2005년 무렵, 직접 운영하던 에어컨 설비 회사 문을 닫고 "자전거 여행을 하며 전 세계에 나무를 심겠다"고 했을 때 주변인들은 "미쳤다"고 냉소했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먼저 영어를 배우고, 여행 경로를 짜고, 매일 체육관에서 운동했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여행에서 빨리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리고 2006년 12월 첫 여행이 시작됐다.

◆아이들 마음에 나무를 심다

'우리 지구를 위해 나무를 심자.' 그의 자전거 여행에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처음에는 숲을 찾아 혼자 나무를 심었지만, 2007년 인도의 한 학교를 찾은 뒤 아이들과 함께 이 일을 하기로 방향을 수정했다. 무슨 일이든 함께해야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목적에 공감한 환경학과 교수, 사이클리스트 등의 도움을 받아 이란에 'We need trees'라는 비영리 단체도 만들었다. 잠자리는 여행자에게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는 '카우치서핑'(Couchsurfing)으로 해결하거나, 산이나 길에서 캠핑을 했다. 타제란 씨는 "서울에서는 한강변에 텐트를 치고 잤다"고 껄껄 웃으며 사진을 보여줬다.

그가 전 세계에 심은 나무는 정확히 393그루, 여태 찾은 학교만 101곳에 달한다. 그의 바람대로 세계 학교에서 이뤄진 '나무 강의'는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난 한 여학생이 제게 연락을 해왔어요. 4년 전 나무 강의를 들은 뒤 미래를 생각하다가 캐나다 토론토의 한 대학에서 환경 관련 전공을 택해 공부하기로 결정했다고요. 아이들의 마음에 '씨앗'을 뿌리는 것이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임을 알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스위스에서 만난 중학생들은 타제란 씨가 학교를 떠난 뒤 아이들이 직접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조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타제란 씨는 인생의 최고 가치를 '사람을 사랑하는 것'(Loving people)이라고 여긴다. "나무를 심는 이유도 이 지구에서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가자는 뜻이잖아요." 그는 다음 달 이란으로 돌아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할 예정이다. 미국인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이란과 미국, 두 나라를 돌며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른바 'Peace Ride Project'(피스 라이드 프로젝트)다. 8년째 진행 중인 그의 자전거 여행은 언제쯤 끝날까. "65세가 되면 보통 직장에서 퇴직을 하니 아직 30년 가까이 남았네요. 저도 그때쯤 은퇴하렵니다. 하하."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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