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구시장의 카드

새로 출범하는 재단법인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문화재단의 수장(首長)을 뽑는 일이 시끄럽다. 양 이사회는 공교롭게도 상임(또는 비상임) 대표를 뽑는 방식을 모두 이사회 추천 쪽으로 결정했다. 대표를 뽑는 방법은 이사회 결정 사항이어서 당연히 절차상 하자는 없다. 추천 인사에 대해서도 각 이사가 동의했기 때문에 역시 별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시끄럽다. 뭔가 '드러나지 않은' 술수의 냄새가 나서다.

먼저 이사회를 보자.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경제계, 언론계, 사회단체 등 내로라하는 인사로 구성돼 있지만, 이사회의 역할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임시 이사회가 있긴 하지만, 연간 사업 계획에 대한 예산과 결산 심의 때의 정기 이사회를 제외하면 1년에 한두 차례 정도 개최될 뿐이다. 아주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회의도 일사천리다. 이사회 바깥에서도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얼굴 붉힐 까닭이 없어서다.

이는 양 이사회의 대표 추천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대구문화재단은 통상 복수로 하는 대표 추천을 한 명만 했다. 몇 명이 거론됐으나 이번에 추천된 인사보다 동의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홀로 추천된 인사는 현 대구문화재단 이사다. 누군가 강력히 추천하면 반대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초대 대표이사 선임 때 전직 시장을 비롯해 전직 은행장, 전직 차관 등 4순위까지 추천해 선임 작업에 들어갔던 것과는 딴판이다. 현 대구문화재단 이사 대부분이 그때도 이사였다.

복수 추천이라는 양식은 갖췄지만, (재)대구오페라하우스의 대표 추천도 이상하다. 많은 이사들조차 잘 모르는 인사가 1순위로 추천됐다. 2순위는 현 이사였다. 2순위로 추천된 인사는 본인이 사진작가이면서 널리 알려진 문화예술 애호가에다 재력도 겸비했다. 이 때문에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조직위원장과 대구문화재단 대표이사로도 거론됐지만, 극구 사양해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도 통상적으로 보면 들러리에 가까운 2순위에 추천됐다.

그동안 '대구시장이 선임권'을 가진 문화예술 관련직 선임 때마다 시끄러웠다. 대구시장은 그때마다 '임명 강행' 또는 '무산'이라는 카드를 섞어 사용했다. 어떤 카드를 빼들지는 이번에도 대구시장 마음이다. 대구문화예술계의 여론이나 미래는 2순위, 3순위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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