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문화기관장 선임을 놓고 지역 문화계의 불만의 강도가 전에 없이 높다. 사실 지역 문화계에서 문화기관장 인사는 늘 뜨거운 감자. 몇 안 되는 문화계의 수장 자리를 맡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다투기도 하고, 특정 인맥에 의해 자리가 좌지우지되는 등 수많은 논란이 불거져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무성한 '말'들을 빚어내며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낸 적은 드물다.
일관된 우려의 첫째 목소리는 이사회의 추천만으로 대표가 선임되는 방식. 문화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대구시나 이사회가 너무나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문화행정 전문가는 "사기업의 경우 돈을 출자했거나 오너의 지명을 받은 사람들로 구성된 이사회 의견에 따라 CEO가 결정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재단의 이사는 사실상 자문'후원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이사회의 의견만을 100% 반영해 대표가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화기관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특정 인물의 역할론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문화계는 "결국 예술인들은 돈과 권력의 노예가 돼 어느 한 편에 줄 서기를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한숨을 내뱉고 있다. 한 음악인은 "아무리 좋은 쪽으로 이해를 하려 애써보지만 누가 봐도 지금 돌아가는 '판'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공모제를 실시할 경우 인재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단점을 들어 이사회 추천제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김대권 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은 "공모를 할 경우 정말 실력과 명망을 갖춘 거물급 인사는 후배 혹은 제자급과 심사와 면접을 거치는 것이 불편해 아예 응시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추천'추대 형식을 통해 좀 더 나은 인물을 모셔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화계에서는 "이사회 추천 방식을 택하더라도 여론수렴 절차 등을 통해 객관적이고 전문성 있는 인물을 발탁한다면 좀 더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문화계 인사는 "인맥과 친분에 의해 문화계가 이렇게까지 휘둘린다면 결국 예술작품은 질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게 되고, 대구시가 주장하는 '문화도시'는 먼 남의 일일 뿐"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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