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른 해 한결같이 '극단 처용'

창단 30주년 기획 '2편의 연극' 무대 올려

극단 처용이 창단 30주년 기념공연작
극단 처용이 창단 30주년 기념공연작 '꽃마차는 달려간다'

극단 처용이 창단 30주년 기념 프로젝트 '희망의 나래로 시리즈'로 기획공연 2편을 잇따라 무대에 올린다. 극단 처용은 지난 30년간 대명공연문화거리에서 연극 외길을 걸으며, 정극부터 다양한 실험극 등을 시도해온 정통 극단이다. 극단 처용 성석배 대표는 주로 인간 본성의 깊은 내면을 파고드는 연극을 무대 위에 올렸다.

이번 30주년 기념공연 첫 번째 작품은 '꽃마차는 달려간다'. 극본은 김태수, 연출은 성석배(대구연극협회장)가 맡았다. 출연배우는 성석배'안건우'김일우'도래미'이남문'최종임. 이 공연은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극 내용은 퉁명스럽고 고집스럽기만 한 순보 노인의 질척거리는 삶에 관한 것. 평생 도시 변두리에서 관을 짜면서 살아온 순보 노인은 사회의 중심에서 비껴선 채 소외당하는 외로운 노인이다. 이 극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사회에서 부당하게 소외되고 홀대받는 서민들이다. 순보 노인의 30년 지기인 중국집 주인 동춘 노인은 넉살을 떨고 웃음과 재미를 안기지만, 역시 외로운 사람이다. 순보 노인은 방탕하게 보냈던 젊은 시절에 아내를 돌보지 않아, 아내의 죽음을 방치한 잘못과 미안함을 평생 동안 형벌처럼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 그런 순보 노인에게 외동딸 선주는, 죽은 아내를 대신한 인생의 반려자이며 구원자다. 순보 노인은 외동딸 선주가 사회의 낙오자로 살아가는 달구와의 결혼을 반대한다.

비록 관을 짜면서 풍요롭지 못한 생활을 이어온 그이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꽃마차를 타고 가고 싶다면서 자신의 관을 짜고, 아내 곁에 같이 묻히고 싶어하는 순보 노인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일지 모른다.

두 번째 작품 '늙은 부부 이야기'는 위성신 극본, 성석배 연출로 김현규'채치민'김민선이 출연한다. 다음 달 5일부터 17일까지 대명공연문화거리 우전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이 극은 새로 살 집을 찾던 바람둥이 할아버지 박동만이 마침 방을 세놓은 욕쟁이 할머니 이점순을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 다투며 살지만, 어느새 서로의 마음속에 집을 짓게 된다. 생의 마지막에 찾아온 애틋한 사랑에 어느 때보다 설레고 행복하지만 이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이별의 시간이 찾아온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한다.

이 연극은 늙은이들의 사랑과 젊은이들의 사랑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늙으면 남녀 간의 사랑이 없어지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늙어서도 똑같이 사랑이 생겨나며 또한 정열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일 년 동안의 짧은 시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승전결에 맞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구조로 사랑이 시작되고 승화되기까지 과정을 담고 있다. 053)653-2086, http://cafe.daum.net/cheyong(극단 처용 카페)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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