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된장 덕분에 암 재발없이 건강 "좋은 건 나눠야죠"

청송 부동면 귀농 14년차 이원식 씨

"여기 누런 것들이 나는 황금처럼 보입니다. 이놈들이 14년 전에는 나를 살렸고, 요즘은 내가 이놈들 만드는 재미로 삽니다."

21일 청송군 부동면 항리 289번지. 갈색 옹기들이 촘촘히 자리해 따스한 햇볕을 쬐고 있는 가운데 이원식(69) 씨는 담근 지 3년이 지나 곧 뜨게 될 된장단지의 뚜껑을 열어 노란 된장을 떠 보였다.

이 씨는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물 좋은 청송으로 귀농해 터를 잡고, 된장을 만들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몸이 좋지 않아 처음에는 내가 먹을 것을 만든다 생각하고 최고만 모아 만들었다"고 말했다.

1999년 12월 이곳 부동면 항리 얼음골로 귀농한 이 씨. 그는 1995년 3월 위암 판정을 받고 위의 3분의 2를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다시 직장에 복귀했지만 30년간 대구시에서 공직생활을 하며 몸을 혹사시킬 정도로 일에 매진한 그에게 암으로 얻은 후유증은 컸다. 결국 1998년 퇴직한 이 씨는 전국의 이름난 산과 계곡을 다니며 쇠약해진 몸과 마음을 추스렸고, 우연히 찾은 청송 얼음골의 물맛을 본 후 그 청량함에 빠져 아예 정착할 마음을 먹었다는 것.

그는 청송에 정착한 후 된장 담그기에 매진했다. 동네 할머니들로부터 "장맛은 물맛"이라는 얘기를 듣고 장 담글 물로 지하 210m의 암반수를 퍼올렸다. 장독도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수집했고, 부동면 주민들로부터 정성스럽게 농사지은 콩을 공급받았다.

이 씨는 "처음 병을 얻고 삶이 무기력해져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만 몇 년간 된장 담그기에 매진하다 보니 체중과 근육이 늘었다"며 "매일 먹는 된장 덕분인지 17년째 암 재발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씨는 "좋은 것은 나눠 먹자"는 생각으로 지인들에게 자신이 담근 된장을 보냈고, 이후 그가 담근 된장은 입소문을 타 전국 곳곳에서 주문 생산을 하게 됐다. 그가 만든 브랜드인 '청송 얼음골 향토 메주된장'이 탄생한 계기다. 그의 청국장과 간장, 메주, 된장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았다.

이 씨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전통방식으로 ▷규모화하지 않고 지금 있는 300개의 장단지를 최고치로 생각해 ▷우리 고장에 나는 모든 재료를 이용해 정성스레 된장을 만든다는 원칙을 14년째 지키고 있다.

이 씨는 "정년을 바라보는 후배들이 종종 내게 찾아와 귀농을 의논하기도 한다"며 "그럴 때마다 매번 나의 예를 들어 '적당히 먹을 만큼'이 귀농사업의 기본이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청송'전종훈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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