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오페라재단과 대구시의 '모르쇠'

"왜 대구시장은 외부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사는 겁니까?"

(재)대구오페라하우스(이하 오페라재단) 대표 선임 문제로 대구 문화계가 술렁이면서 문화계 인사들이 한탄에 차 내뱉는 소리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특정 인맥과 가까운 인물들이 대구 문화계 곳곳에 포진하자 일부 문화인들은 "이제 대구를 뜰 때가 된 것 같다"며 자포자기성 푸념을 내뱉고 있다. 특히 음악인들은 몇 년을 싸워 오페라재단 출범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는데 그 출발부터 지역의 음악인들은 배제된 채 특정 인맥에 의해 재단이 좌지우지되는 양상이 나타나자 "이러려고 우리가 재단화를 주장했던 게 아니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한 성악가는 "대구 오페라는 지역의 자체적인 힘으로 일어서 지금껏 이만큼의 문화브랜드를 일궈왔다. 그 바탕에는 적은 출연료에도 지역의 행사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음양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수많은 음악인들의 자발적 희생이 바탕이 됐다. 이제 겨우 재단이 출범하는 이 시점에서 이런 노력들이 도외시되고 있다"고 분개했다.

대구시는 외부의 이런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 특히 오페라재단 대표 선임과 관련한 지역문화계의 여러 목소리에 대해 김대권 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은 "이사회 구성과 대표 선임 과정에서 지금까지 잘못한 게 뭐 있느냐. 모두들 '잘 돼 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시비를 거는 사람은 자기가 한 자리 차지하지 못한 것이 분한 인물들"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검증 없는 이사회 추천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그는 "대표 추천은 이사회의 권한"이라며 일축했다.

문화계 인사들의 이 같은 우려가 기우로 끝날 수 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이 아니라, '너무도 우연히' 특정인사와 가까운 인물들이 자신의 능력에 걸맞은 자리에 선임돼서, 마치 지금껏 미처 발견되지 못 했던 '숨은 보석'처럼 대구 문화계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도 있다.

오페라재단 대표 추천 과정에서 불거진 것처럼 대구 문화계에 '보이지 않는 힘'을 행사하는 권력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나온 말이 아니다. 많은 지역문화계 인사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누구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했던 사안이었다. 심지어 대구 문화예술계의 주요 결정은 '그분'의 윤허가 있어야 한다는 웃지 못할 농담도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설령 뜬소문에 불과할지라도 문화계 전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무성하다면 간과하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귀담아듣고 대구시의 문화행정을 돌아보며 만에 하나 불거질 수 있는 실수를 피해가도록 애써야 하지 않을까.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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