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2일 오후 대구 중구 중앙파출소 건너편 약령시 입구. 4대의 택시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 앞에는 '대중교통전용지구(이하 전용지구), 진입금지'라고 쓰인 2개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위에는 반월당 방면을 향하고 있는 CCTV가 도로 위를 오가는 차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마 후 택시 한 대가 손님을 태우더니 인도 위에서 U턴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폭 12m 거리는 오토바이와 전용지구로 나가려는 차량, 상점 앞에 주차된 차량 등으로 뒤엉켜 혼잡했다. 택시는 서너 차례 방향을 바꾸고 나서야 U턴에 성공했다. 택시가 빠져나가자 바로 다음 택시가 앞으로 나와 거리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택시기사 이모(58) 씨는 "대중교통전용지구 불법통행 단속이 강화된 뒤 U턴을 해서 현대백화점까지 간 다음 약령시를 빠져나간다. 좁은 곳에서 U턴을 하기가 어렵지만 이곳에 손님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불법 통행 단속이 강화되면서 전용지구에서 약령시로 들어가는 진입로 일대가 차량 '회차지'로 변했다. 대구시는 이달 1일부터 약령시 입구에서 전용지구로 나와 반월당 네거리로 불법 통행하는 차량에 대한 CCTV 단속을 본격 실시했다.
전용지구에 CCTV가 설치된 뒤 전용지구 불법 통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CCTV 운영 이후 약령시에서 반월당 방면으로 불법 통행하는 차량은 30%가량 줄었다. 이달 1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약령시에서 반월당 방면으로 전용지구를 불법 통행한 택시는 115대로 지난달 26일 같은 시간 272대보다 57.8% 줄었다. 이 중 통행증을 소지한 차량, 처음 전용지구를 통행한 차량, 다른 지역에서 온 차량 등을 제외하고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모두 331대의 차량이 CCTV 단속에 적발됐다. 불법 통행한 승용차는 4만원, 승합차는 5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전용지구 진입이 가로막히면서 약령시 입구는 '풍선효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용지구에 들어서기 50m 앞부터 '진입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만 택시와 승용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왔다. 일부 차량은 단속카메라와 '통행위반단속 중'이라는 전광판을 보고 U턴을 해서 약령시를 빠져나갔지만, 또 다른 차량은 전용지구로 거침없이 향했다. 여기에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와 인근 주차장을 오가는 차량, 상점 앞에 세워둔 불법 주'정차 차량이 뒤엉키면서 약령시 진입로는 도심 속 거리 주차장이 되어 버렸다. 보행자들은 오가는 차량을 피해가며 걸어야 했고, 보도블록은 차량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갈라지고 깨져 있었다.
한 택시기사는 "약령시 입구는 동성로와 약령시를 오가는 승객들로 붐벼 택시기사들 사이에 '노른자위'로 통하는 곳이다. 택시만이라도 전용지구를 통행할 수 있도록 해 관광객의 교통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인 김상배(73) 씨는 "단속이 강화된 뒤로 거리가 더 혼잡해졌다. 약령시는 차량 이용 손님이 많기 때문에 약령시 활성화를 위해 전용지구 일부 구간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는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구간 해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대중교통전용지구 단속 강화에 대한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뿌리내리면 불법 통행하는 차량들이 급격하게 감소해 약령시 입구의 교통 정체 현상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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