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청라언덕에 현제명 노래비 건립 옳지 않다

작곡가 현제명의 노래비 건립 장소를 두고 대구 중구문화원과 중구청이 갈등이다. 발단은 대구 중구문화원이 청라언덕에 현제명 노래비 건립을 추진하면서다. 대구 출신으로 계성학교를 졸업한 현제명의 친일 행적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 음악계의 거목이니만큼 노래비를 세울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중구청은 현제명의 친일 행적을 들어 난색이다. 청라언덕 인근에 3'1운동 역사관과 3'1운동 만세길이 있어 현제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이곳은 박태준의 '동무 생각'의 길로 각인된 곳이어서 찾는 이의 혼란을 줄 수 있어 다른 곳에 세워줄 것을 요구 중이다.

현제명이 우리나라 음악계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청라언덕에 그의 노래비 건립은 옳지 않다. 친일 행적이 너무나 뚜렷해서다. 현제명은 여러 친일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굵직한 직책을 많이 거쳤고, 일본 정신을 세계 인류를 지도할 원리로 삼아 일본 정신 사도로서의 영예와 책임을 가지고 활동하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소극적인 협조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선 대표적인 친일 음악가다. 더구나 청라언덕은 박태준과의 연관성도 있지만, 연간 수만 명이 찾는 대구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길과 이어진다. 현제명이 어떤 무게가 있든 이곳에 친일 음악가의 노래비를 세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다.

예술과 정치는 별개의 것이고 공과(功過)는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는 예술을 정치적 목적이나 개인 영달에 이용하지 않고, 저지른 잘못에 대해 충분히 책임을 졌을 때만 정당하다. 예술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일제에 협력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방 후에도 영화를 누린 현제명에게는 그 공과의 분리 평가는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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