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철제 캐스터 단점 보완, 미국 시장 도전장…화성산업사

캐스터 생산업체인 화성산업사는 값싼 중국산에 맞서 신소재 제품을 개발,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22일 회사 직원들이 캐스터를 검사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캐스터 생산업체인 화성산업사는 값싼 중국산에 맞서 신소재 제품을 개발,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22일 회사 직원들이 캐스터를 검사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자신의 기술로 캐스터를 개발, 회사를 이끌고 있는 여신동 대표.
자신의 기술로 캐스터를 개발, 회사를 이끌고 있는 여신동 대표.

"욕심을 부리기보다 천천히 우리의 기술력을 키워 영역을 넓힐 겁니다."

대구 서구 이현동 화성산업사 여신동 대표는 자신의 경영 철학을 '느리지만 믿을 수 있게'라고 했다. 이동용 바퀴인 캐스터(caster)를 30년 넘게 생산해온 화성산업사는 해외 저가 제품에 맞서 특허로 무장한 신제품으로 대응하고 있는 회사다.

◆캐스터 외길인생

1980년 9월 설립된 화성산업사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동용 캐리어의 바퀴 부분인 '캐스터'를 생산해왔다. 회사의 캐스터는 주로 수산물을 옮기는 선반 등에 사용되고 있다.

여신동(사진) 대표는 "처음 우리가 시작했을 때에만 하더라도 캐스터 부분은 나름 시장성이 괜찮았다"며 "금형 기술만 있다면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이다"고 말했다.

화성산업사는 여 대표가 직접 금형 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부품을 외부에서 구입해 조립하는 방식이 아니라 회사가 자체적으로 부품을 만들어 조립해 판매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캐스터에 매진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국내 캐스터 시장이 값싼 중국산에 밀리기 시작, 화성산업사도 성장에 발목이 잡혔다. 여 대표는 "80년대 후반 들어서자 중국 제품들이 국내에 팔리기 시작했다"며 "캐스터 수요가 많다보니 직접 제작하지 않는 이들이 중국산을 수입해 팔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 공장을 두고 부품을 공급해 조립하는 업체들도 나오면서 철제용 캐스터를 생산하는 것을 중단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실제 2000년대 들어서는 국내 중소 캐스터 업체들이 고사위기에 처할 정도였다.

화성산업사는 고사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6년 새로운 아이템 발굴을 시작했다. 기존 철제 캐스터의 단점을 극복한 제품 개발에 돌입한 것. 여 대표는 "중국과 FTA를 하게되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기술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캐스터

화성산업사는 기존에 철을 이용한 캐스터 바퀴를 대체하면서 중국산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제품으로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기로 했다. 플라스틱과 유리섬유를 혼합한 캐스터였다.

여 대표는 "이 제품은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한 것이다"며 "기존 철제 캐스터의 단점을 모두 극복한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플라스틱 소재의 캐스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던 시기.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화성산업사의 제품은 해외 시장을 두드릴 수 있게 됐다.

처음 만든 제품을 가지고 2009년 일본으로 건너가 전시회에서 큰 반응을 일으켰다. 그 자리에서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을 정도다. 여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일본 전시회에 참석하게 됐다"며 "그 자리에서 여러 업체가 관심을 보이면서 2009년 첫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일본 바이어는 지금까지 꾸준하게 거래할 정도로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이처럼 일본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는 제품이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반응이 냉담하다. 국내시장에서의 어려움은 철재 캐스터에 대한 환상, 고정관념 때문.

여 대표는 "사람들은 철제 캐스터를 오래 사용하다보니 이 제품이 더욱 튼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철제 캐스터가 단점이 많은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철제 캐스터는 쉽게 산화가 되고 소음이 심하다고 했다. 반면 화성산업사의 제품은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녹이 슬지 않는다. 더구나 바퀴의 경우 특수 고무를 사용,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아 클린룸 등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여 대표는 "영구정전기방지물질로 기술자료임치증을 받았다"며 "우리가 자체적으로 물성을 개발해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환경 및 위생 안전성 평가인 'NFS 승인'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받은 제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장점은 제조공법에서 나온다. 플라스틱 부품 사출 단계에서 베어링을 동시에 매입해 외부와 차단,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아 소음이 없으며 바퀴의 굴림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또 일반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 섬유가 15% 혼합된 덕분에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다. 회사 관계자는 "가장 큰 캐스터의 경우 한개당 최대 15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며 "우리 회사는 총 21가지 종류의 플라스틱 캐스터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본격 진출

이 같은 장점을 무기로 한 화성산업사는 일본 시장에 이어 미국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여 대표는 "현재 일본은 엔화 약세, 경기 침체 등으로 점차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며 "캐스터 시장이 매우 큰 미국 쪽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특허 등록을 한 것은 물론 미국에 특허 등록을 완료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 전시회에 참가해 현지 반응을 확인한 여 대표는 미국 진출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지금까지 외부의 지원없이 제품을 개발했고 일본 시장을 뚫어왔다"며 "이번 미국 시장 진출에 처음으로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미 전시회에서 반응이 좋아 두 번 수출을 하기도 했다. 특히 캐스터 제품이 FTA 혜택 품목이라는 점으로 인해 미국 현지에서 독점 계약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 대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뒤에 남미 시장도 두드릴 계획이다"며 "국내 시장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화성산업사는 앞으로 새로운 캐스터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여 대표는 "여러 곳에서 제품 개발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며 "금형을 직접 다뤘던 나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산이 따라올 수 없는 우수한 품질의 캐스터를 계속해서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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