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뜨거운 야구 축제…아쉬운 시민의식

삼성-두산 KS 1차전, 양팀 팬 응원 열기 '후끈'

24일 오후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24일 오후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종료 후 관중석 의자 밑에는 관람객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과 빈 캔 등으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선선한 가을밤이었지만 응원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24일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야구팬들은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가을 야구를 즐겼다. 하지만 암표상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다녔고 경기 직후 치우지 않은 쓰레기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암표상 기승=대구구장 앞은 경기장 입장 시작 시각인 오후 3시 이전부터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며 북적이기 시작했다. 미처 입장권을 예매하지 못한 일부 야구팬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전부터 티켓발매 창구 앞을 서성였지만 오후 3시 티켓발매 창구 직원이 "현장판매분이 없다"는 말에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교복을 입은 채 달려온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중년 부부까지 팬층도 다양했다. 특히 한국시리즈 1차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휴가나 조퇴를 하고 온 직장인들도 적잖게 보였다. 이혜진(26'여'북구 관음동) 씨는 "외야 비지정석을 예매했다. 좋은 자리를 잡으려면 일찍 와야 해서 회사에서 조퇴했다"며 "'야구 보러 간다'고 하면 조퇴를 허락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쉽게 허락받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야구팬들도 몰려들었다. 오전 9시에 대전에서 KTX를 타고 왔다는 삼성 라이온즈 팬 김홍욱(27'대전 대덕구 중리동) 씨는 "오늘 꼭 삼성이 이겨서 회사사람들에게 '휴가 써 가며 야구 보러 간 보람 있네'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의 열기 만큼 암표상들도 곳곳에서 야구팬들을 유혹했다. 경기 5시간 전부터 20명이 넘는 50, 60대 남성들이 경기장 주변의 야구팬들에게 접근해 낮은 목소리로 "표 있어요"라며 암표를 팔려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정가 2만원짜리 외야 비지정석 가격은 4만~5만원에 거래됐고, 한 자리에 4만5천원인 내야 테이블 석은 장당 22만원까지 치솟았다. 일부 암표상은 잠복해 있던 경찰에게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주변에서 암표를 팔던 암표상 7명을 붙잡아 현장에서 범칙금 16만원을 부과했다.

◆뜨거웠던 응원 열기=대구구장은 경기 시작 전부터 야구팬들의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1만여 명의 양팀 관중들은 막대 풍선과 대형 깃발, 북, 나팔 등을 동원해 '최강 삼성' '최강 두산'을 연호했다. 하성훈(25'수성구 시지동) 씨는 "삼성이 올해도 프로야구의 챔피언이 되라는 뜻에서 차고 나왔다"며 허리에 차고 있는 권투챔피언 벨트를 보여줬다. 두산 팬들의 응원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외야석에서 경기를 보던 두산 팬 강현규(44'북구 팔달동) 씨는 "두산이 분명히 상승세이기 때문에 사방에 삼성 팬이 있어도 두산 베어스의 깃발을 당당하게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홈팀 삼성이 두산에 2대7로 패했다. 초반 대량 실점으로 삼성의 응원석은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이에 실망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최강 삼성'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경기는 역전 없이 두산의 승리로 끝났고 삼성 팬들은 아쉬움을 가슴속에 남긴 채 경기장을 떠났다.

경기 직후 대부분의 관중들은 자기가 앉은 자리의 쓰레기나 응원도구 등을 정리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관중석 여기저기서 먹다 남은 음식물과 맥주 캔 등이 치워지지 않은 채 그대로 널브러져 있어 지난 2년간 대구구장에서 보여줬던 높은 응원문화와 시민의식이 실종된 모습을 보였다. 신동식(30'달서구 대천동) 씨는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가져가는 건 기본 아닌가"라며 "야구에 졌다고 시민의식도 패배한 모습을 보이는 건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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