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나의 길을 가련다

나의 길을 가련다/ 연암고전연구회 지음/ 판테온하우스 펴냄

조선은 수많은 외침과 격변 속에서도 무려 500년이라는 장수를 누린 나라이다. 과연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조선을 지키고, 문화를 꽃피움에 있어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바로 그 시대를 살았던 '선비'들이었다. 선비들의 꼿꼿한 지조와 강직한 기개, 원리 원칙에 투철한 삶이 조선을 지키고, 유지시킨 것이다. 선비는 조선이 만들어낸 이상적인 지식인상이자 정치인상이었다.

'나의 길을 가련다'는 신숙주, 강희맹, 김시습, 서경덕, 송순, 이황, 조식, 정렴, 박순, 권호문, 정인홍, 이이, 정철, 이달, 임제, 유몽인, 허균, 김만중, 이익, 이중환, 박지원, 이덕무, 정약용, 황현 등 24명의 조선 선비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선비들의 작품을 원문 그대로 담은 것도 이 책의 볼거리 중 하나이다. 이를 통해 선비들의 삶과 철학은 물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때로는 역사의 전면에 나서 불같은 정신으로 시대를 호령하고, 때로는 초야에 칩거하며 깊이 있는 사색으로 시대를 떠받쳤던 조선의 선비들. 그들은 각각의 명분과 원칙에 따라 다른 삶과 행적을 보였고, 이에 따른 역사적 평가 역시 모두 다르다. 주목할 점은 역사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선비들 역시 이상과 현실의 벽 사이에서 고뇌하고 행동하였다는 것이다. 방법만 달랐을 뿐 똑같은 고민을 하였고, 각자의 방법에 따라 처세한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선비의 정도(正道)에서 벗어났느냐, 벗어나지 않았느냐이다. 과연 누가 참다운 선비의 길을 걸었는지, 어떤 이의 삶이 우리의 마음을 부끄럽게 만드는지, 이제 그 판단은 우리의 몫이다.

366쪽. 1만7천800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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