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 개막작 '운명의 힘'을 시작으로 성황리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제11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DIOP). 올해는 세계적인 오페라 지휘의 거장 '다니엘 오렌'이 이탈리아 살레르노 베르디극장 팀과 함께 내한하는 등 11년의 세월을 거쳐오면서 오페라축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늘 박수받는 성악가와 지휘자 뒤에는 이런 성공적인 오페라축제를 묵묵히 뒷받침하는 숨은 일꾼들이 있다. 한 해 중 제일 바쁜 시기인 10월 한 달간의 축제 시즌, 과연 오페라하우스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시간과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무대에서 빛나지는 않지만 최고의 축제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구국제오페라오케스트라(DIOO)와 김주호 조명감독을 만나봤다.
◆감동을 연주하는 DIOO
대구국제오페라오케스트라는 축제기간 동안의 모든 연주를 담당한다. 작품당 최소 2주 이상의 연습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축제가 시작되면 매주 2개의 작품을 번갈아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주요 5개 작품에 규모가 큰 '대작'들이 포진하는 바람에 단원들의 부담감이 더욱 크다. 독일 칼스루에 극장팀이 공연하는 '탄호이저'의 경우 워낙에 작품이 방대한데다 특히 어려운 바그너 작품이다 보니 하루 3회의 연습이 이어지는 초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기도 했다. 축제 4주차. DIOO를 이끌고 있는 박은지 악장은 거의 탈진한 모습이었다. 박 악장은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도 맞지만, 최고의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한 마디 한 마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에너지 소비가 커 힘들다"고 했다.
고생도 많지만 성공적인 축제가 이어지고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지면서 자부심도 크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여러 지휘자를 만나 다양한 스타일의 연주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DIOO 단원들만이 갖는 특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5년째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서혜림 단원은 "멋진 지휘자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며 "그중에서도 2009년 오케스트라가 '마탄의 사수' 작품을 통해 DIOO 대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했던 칼스루에 크리스토프 케숄 지휘자는 감동적인 가슴 벅찬 연주를 하도록 해줬다"고 했다.
DIOO는 연간 70여 회 연주를 담당하는데 그중 전막 오페라가 17회에 달할 정도로 오페라 장르에 특화된 오케스트라다. 강두용 DIOO 국장은 "이런 실력과 노하우를 인정받아 다음 달에는 대전에서 공연될 오페라 토스카의 연주를 맡게 됐다"며 "DIOO가 이제 대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오페라 연주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 단체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1년 5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DIOO는 현재 23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지만 그 운영 성과를 인정받아 조만간 20명을 더 채용할 예정이다.
◆빛의 마술사, 김주호 조명감독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조명을 담당하고 있는 김주호(48) 감독. 그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빛나게 하는' 조력자다. 축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모든 작품의 조명을 그가 담당했다. DIOO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축제기간이 되면 밤낮이 따로 없다. 매주 새로운 조명을 설치하고 철거하기를 반복해야 하는데다, 그는 '조명 디자이너' 역할까지 겸하고 있어 잠시도 쉴 틈이 나지 않는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이를 실제 조명으로 시연해보길 반복해야 한다. 김 감독은 "조명은 무대, 의상 등과 달리 그림을 그려서 보여줄 수 없는데다, 상상한 이미지와 실제가 얼마나 일치할지 형상화를 하는 일이 노하우가 없으면 힘든 작업"이라고 했다.
김 감독이 본격적으로 오페라 작품 조명 연출에 재미를 들이기 시작한 것은 대구오페라하우스로 오던 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시작되면서부터다. 그는 "갈수록 작품의 질이 높아지고 현대적인 다양한 연출이 시도되면서 오페라 조명 연출의 폭도 넓어지게 됐다"고 했다. 사실 축제 예산이 늘 부족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최신 조명기기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 오히려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하는 현실이다.
김 감독은 "축제가 없었다면 지역의 무대, 조명, 의상 등의 스태프가 이만큼 성장하고 노하우를 축적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매년 오페라 대작들을 단시간 내에 무대에 올리는 경험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많은 인력들이 배출될 수 있었고, 연극'뮤지컬'오페라'음악 등 장르별로 특화된 스태프진이 양성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11번의 축제 중 김 감독은 올해가 제일 힘들다고 했다. 다니엘 오렌의 토스카 작품은 워낙 기대치가 크다 보니 조명 연출에 있어서도 부담감이 컸고, 독일 칼스루에 극장의 탄호이저 역시 '조명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연일 이메일을 보내오고 있기 때문. 김 감독은 "새로운 장비가 계속 개발되고 있고, 시각은 굉장히 예민한 감각기관이라 금세 적응하기 때문에 색다른 조명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며 "마지막까지 무대를 가장 빛나게 할 아름다운 조명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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