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을 '관권선거' '부정선거'로 몰아가는 민주당의 공세가 거세다. 23일 문재인 의원이 대선을 '권력기관이 개입한 관권선거'로 규정하고 그 수혜자로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지목한 데 이어 24일에는 김한길 대표가 '문 의원의 발언은 사실상 대선 불복 선언'이라고 한 새누리당을 겨냥해 '헌법 불복 세력'이라고 되받았다. 그는 또 "댓글과 트위터는 국민이 마시는 우물에 독극물을 푸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대선 불복'은 아니라고 한다.
참으로 이상하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18대 대선이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관권선거였다면 그 결과는 당연히 무효다. 불복하지 않을 게 아니라 마땅히 그리고 반드시 불복해야 한다. 그것은 민주사회에서 공당의 책무이자 권리이다. 그런데도 불복은 않겠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현대 한국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해 온 50년 전통의 정통 야당이 언제부터 이렇게 무책임하고 무기력해졌나.
민주당이 대선 불복은 아니라는 이유는 대략 짐작이 간다. 국정원,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정황은 있지만 그것이 조직적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 국가기관의 댓글이나 트위터가 유권자의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그것이 대선의 향방을 결정지은 요인인지 여부 역시 규명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는 김 대표의 말대로 '계량'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불복은 댓글과 트위터를 보지 않았거나, 보았어도 댓글과 트위터의 '지시'(?)대로 투표하지 않은 수많은 유권자에 대한 모독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여론의 역풍이 뒤따를 것이다. 민주당의 어정쩡한 자세는 이를 우려한 것일 터이다. 대선 불복을 외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답답한 심경이 잘 읽힌다.
이는 떳떳하지 못한 자세다. 문 의원의 말대로 "권력기관들의 대선 개입과 관권선거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는 것이 양보할 수 없는 양심의 판단이라면 민주당은 지금 당장 대선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솔직히 말하라. 양심이 가리키는 일을 하는데 무엇이 무섭겠나. 단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민주사회에서는 행동에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대선 불복 이후 벌어질 수도 있을 극심한 정치 혼란과 대립, 그에 따른 국민적 에너지의 소모에 대해서도 책임을 질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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