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몽이나 SNS 역극 등 '현실도피 놀이'가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았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영화는 오래된 단골메뉴다. 시대를 넘어 '토탈 리콜' '매트릭스' '인셉션' 등 기억과 현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둔 영화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샤론 스톤이 출연했던 '토탈 리콜'(1990)은 22년이 지난 뒤 지난해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찾아왔다. 매일 악몽에서 깨어나는 주인공은 원하는 기억을 심어서 환상을 현실로 바꿔준다는 리콜사를 방문해 자신의 꿈을 체험해 보기로 한다. 그런데 기억을 심는 과정에서 기계 이상이 생기고, 전 세계의 운명이 걸린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다. 현실과 심어진 기억의 경계에 선 주인공은 영화 내내 현실과 심어진 기억 속에서 헤맨다.
'인셉션' 역시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다중구조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주인공이 '자각몽'에 빠졌다가 스스로 빠져나오기도 하는 장면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였다. 매트릭스 역시 가상세계가 등장한다. 인공지능 컴퓨터와 이에 대항하는 인간들 사이의 대결을 그렸다.
출판계도 자각몽 열풍이다. 자각몽과 관련된 서적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달 출간된 '사장은 왜 밤에 잠 못 드는가'(니콜 립킨 지음)는 자각몽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지난해 나온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정재승 지음)에서는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인 저자가 영화 속 자각몽의 비밀을 파헤쳤다.
스탠퍼드대와 루시드드림연구소에서 20년간 자각몽을 연구해 온 스티븐 라버지가 펴낸 '꿈, 내가 원하는 대로 꾸기'와 '루시드 드림'은 자각몽의 바이블로 통한다. 그는 꿈에서 깨어 있기만 하면 사물이나 상황, 자신까지도 창조 또는 변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각몽 꿈속에서 꿈을 깨다'(로버트 웨거너 지음)는 자각몽에서의 여러 실험들을 자신과 지인들의 경험으로 서술해 놓았다.
박기웅 문화평론가는 "자각몽의 경우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동시에 꿈속의 상황을 뜻대로 할 수 있다는 점과 SNS 역극처럼 자신이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비현실을 즐기려는 욕구는 예전부터 있어왔으나 요즘에는 자각몽이나 SNS 역극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으며 관련 책이나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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