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지산·안산·학산…'동네 뒷산' 하루라도 안 가면 섭섭하죠

집 가깝고 체육시설 훌륭…매일 수천 명 찾아 운동

25일 대구 수성구 욱수동 안산 중턱에 위치한 망월체력장에서 시민들이 운동기구를 이용해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5일 대구 수성구 욱수동 안산 중턱에 위치한 망월체력장에서 시민들이 운동기구를 이용해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달 24일 오후 3시쯤 대구 수성구 욱수동 안산(해발 470.9m) 중턱의 망월체력장. 사방에서 물 흐르는 소리, 새와 벌레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공기는 산의 초입보다 서늘했고 옅은 풀냄새가 났다. 욱수골 공영주차장에서 걸어 15~20분 거리인 이곳엔 평일 낮 시간임에도 10여 명의 사람이 각자 운동기구를 붙잡고 땀을 흘리고 있었다. 27가지의 운동기구가 갖춰져 있는 이곳 운동시설은 여느 헬스장 못지않았다. 거울을 보며 아령을 들어 올리는 70대 노인부터 엄마를 따라온 6세 아이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1주일에 3, 4번씩 욱수골을 찾는다는 정기용(58) 씨는 "집에서 가깝고 경사도 가파르지 않아 4시간 코스를 걷더라도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네 뒷산'이 시민들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운동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돈 들이지 않고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데다 동네 지인들과 친목을 다지는 사랑방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다.

◆동네 뒷산 인기 이유=동네 뒷산이 각광받는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다. 왕복 1, 2시간이면 충분해 평일에도 쉽게 찾을 수 있고 가로등도 잘 갖춰져 평일 야간 등산에도 큰 문제가 없다. 정상까지 해발 높이가 100~500m로 산길이 가파르지 않아 비교적 오르기도 쉽다.

운동시설 설치도 수준급이다. 뒷산의 체육시설은 대부분 해발 100~200m 지점에 설치돼 있다. 해발 200m 전후의 낮은 산은 정상과 가까운 곳에, 해발 200m 이상의 비교적 높은 산은 초입이나 중턱에 운동기구가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친근감이 있어서다. 정상에서 보이는 길과 건물 등은 평소에 생활하면서 자주 다니던 곳으로 자신이 사는 동네를 조망하는 즐거움이 있다. 계절마다 변하는 산의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새싹이 돋고 꽃이 피며 낙엽이 지는 산의 사계절을 관찰할 수 있다.

이국성 학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는 "달서구 월성동 학산 등 동네 뒷산 인근에 사는 주민은 5만~10만 명에 이르고 이 중 하루에도 수천 명이 산을 찾아 건강을 다지고 있다"며 "뒷산은 아파트처럼 단절된 곳에서 나온 주민들이 모여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도 묻는 등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대구시내 동네 뒷산=북구 구암동 함지산(해발 287.7m)은 2009년 등산로 정비를 통해 체육시설을 확충했다. 운암지 수변공원에서 시작해 정상을 거쳐 운암지까지 다시 내려오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운암지 수변공원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미륵사가 나오고, 이어 '함지산 정상 1.8㎞'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몇 분 걷지 않으면 체육시설이 있다.

수성구 시지동 고산중학교 뒤편의 나지막한 천을산(해발 121m)도 빼놓을 수 없는 동네 뒷산이다. 천을산은 경사가 완만해 정상까지 20~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산 정상에는 쉴 수 있는 정자와 족구장, 운동기구 등이 있다. 동네 주민들은 이곳에 올라 역기를 들거나 운동기구를 이용해 몸을 비틀고 펴는 등 건강관리를 한다. 운동을 하면서 경부선 철도를 지나는 기차와 유유히 흐르는 금호강 등 탁 트인 전망을 덤으로 맛볼 수 있다.

달서구 월성동의 학산(해발 145m) 곳곳에도 운동시설이 마련돼 있다. 해발 96m 지점에 1992년 10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조성된 '본동네체육시설'이 있다. 이곳에는 철봉과 역기, 윗몸일으키기와 허리 운동 기구, 스텝 사이클 등이 있다. 등산로를 따라 이어진 학고개(해발 95m) 쉼터에도 정자와 스트레칭 로라, 터닝 트위스트 등 운동기구가 있고 이외에도 다목적 운동장과 게이트볼장을 비롯해 잔디광장, 수목원 등이 조성돼 있다.

◆노후 시설 보완은 숙제=아쉬운 점도 있다. 뒷산의 운동시설은 대부분 실외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녹이 슬거나 고장이 날 가능성이 높다. 노후 시설을 빨리 손질하는 게 필수다. 1980, 90년대 설치된 일부 기구들은 칠이 벗겨지고 군데군데 녹슨 상태로 방치돼 있다. 또 찾는 시민들이 늘어난 곳은 주말이 되면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모자란다.

이주환(73'수성구 욱수동) 씨는 "등산로로 진입하는 땅이 많이 파여 비만 오면 물이 고이고 차들이 지나가면서 흙탕물을 튀긴다"며 "봄과 가을철 주말에는 주차장이 꽉 차는 등 늘어나는 이용자 수에 걸맞게 도로와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고 했다.

조장호 동구청 안전녹지과장은 "봉무동의 이시아폴리스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근 산을 찾는 주민들이 늘어났고 덩달아 체육시설을 요구하는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며 "산의 초입이나 중턱처럼 접근하기 쉬운 곳에 적게는 3, 4점에서 많게는 7, 8점까지 야외운동기구를 설치해뒀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