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성환 교수의 세상보기] 일본의 군사화, 한국의 문민화

일본에는 일본인과 유대인의 선조가 같다는 설이 있다. 다윗의 별이라고도 하는 이스라엘의 국가 문양인 육망성(六芒星, 2개의 정삼각형을 짜맞춘 형태의 별모양)이 일본의 건국 신을 모시는 이세신궁에도 있다는 등을 이유로 든다. 또 다른 뜻으로 일본을 아시아의 이스라엘이라 한다. 이스라엘은 주변의 적대적인 이슬람 국가들에 포위되어 있다. 일본 역시 과거 전쟁을 둘러싼 인식의 차이로 아시아 주변국들과 대립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일본이 다 같이 미국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중동전쟁에서 미국은 항상 이스라엘 편이다. 미일동맹은 가장 성공한 동맹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아베 총리가 적극적 평화주의를 외치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보다 적극적인 군사 활동을 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야 하며, 거기에는 군사력 강화가 따른다. 군사력을 키워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뜻이다. 여기에는 미군과 함께 일본의 자위대가 한국에서 작전을 전개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군사화는 1997년 미-일 간에 신가이드라인(방위협력지침)이 책정되고, 이를 배경으로 2000년대 들어와 이른바 전쟁법(주변사태법, 유사3법)이 제정된 이후 본격화되었다. 이들 법안을 통해 일본은 전쟁 수행을 위한 국내 체제 정비를 마쳤다. 최근 아베의 행보는 이를 국제적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며, 미국과 국제사회도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이다.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총리로서 공식 참배를 하려는 것도 과거의 침략 전쟁을 정당화함으로써 군사대국화를 합리화하려는 상징조작이다.

이러한 아베의 적극적 평화주의는 '적극적 군사주의'의 다름 아니며, 최근 일본 우경화의 핵심이다. 문제는 과거 침략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일본이 군사화했을 때 과거와 같은 침략 행위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을 배경으로 일본이 우경화하면서 힘을 키울 경우 우리 역사는 늘 비극으로 이어지곤 했다. 한국에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이다. 역사적으로는 미국이 주선한 포츠머스 조약으로 일본은 조선을 보호국화했고,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조선의 식민지화는 앞당겨졌다.

이처럼 일본의 군사화는 한국의 안보에 위협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에 대한 분석이나 전략이 부재하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과 군은 이러한 안보 환경의 변화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 대신 민간인을 상대로 사이버 전쟁을 벌이며 대선 개입과 NLL 정쟁의 한가운데에서 정권 안보를 위해 '맹활약'하고 있다. 그러니 정부가 일본의 군사화에 속수무책으로 있는 것도 당연하다. "일본이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 퇴행적 발언을"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언급이 고작이다.

일본의 군사화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기득권층은 급격히 문민화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고위 공무원 등 공직자 181명이 군 면제자이다. 그리고 입법, 사법부의 4급 이상 공직자 72명 역시 군 면제자이다. 그들은 최초 신체검사에서는 현역 입영 대상이었으나, 재신체검사를 통해 병역면제를 받았다. 군 면제를 받지 않으면 고위 공직자가 되지 못하는 듯하다. 더 있다. 외교관 자녀 130명이 미국 복수 국적자이다. 미국은 미국에서 출생하는 모든 사람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속지주의이다. 아이가 태어날 시간에 맞춰 미국에 원정 가서 출산하면 그 아이는 미국 국적을 가진다. 그러나 미국 이민법은 외교관의 자녀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외교관 자녀의 미국 국적 취득은 의도성이 있을 것이다. 이들 이중 국적자는 만 18세 3개월 전에 한국 국적을 버리면 군에 안 간다.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의 아들이 그렇다. 국정기획수석은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국사편찬위원회는 국가의 과거를 정리한다. 국가의 미래와 과거가 모두 군 면제자인 문민들의 인질이 되어 있다. 그래서 한국의 국가 운명은 항상 민초들의 몫이었나 보다. 한일병합의 일본군에 맞선 것도 정규군이 아니라 의병들이었다. 우리 민초들이라도 일본의 군사화를 주시하자.

이성환(계명대 교수·국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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