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바람 나는 상주 농업] (8)상주 곶감

750년 수령 '하늘 아래 첫 감나무' 품종 보존을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750년 수령의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750년 수령의 '하늘 아래 첫 감나무'가 현재도 풍성하게 열매를 맺고 있다. 고도현기자.

상주지역 경기를 좌우하는 곶감은 수백년간 최고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주 최고의 농산물이다. 상주의 곶감 재배농가는 3천800여 가구로 연간 1만t을 생산,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상주곶감의 연매출은 3천억원대에 이르며 상주시의 해외판로 개척에 힘입어 수출물량도 늘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상주곶감은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와 병해충에 시달리며 위기를 맞았다. 지난겨울 기록적인 한파로 얼어죽거나 면역력이 약해진데다 결실기에 들어 '둥근무늬낙엽병'이 급속히 번지면서 감 생산량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에 그쳤다. 감 생산이 사상 최악의 흉작을 맞으면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한편, 우수한 유전자를 보전해 대표 감나무로 육성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둥시감나무 유전자원 보존작업 과제

상주곶감이 전국 제일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곶감에 적합한 품종과 최상의 기후, 전통 곶감 생산기술이 잘 보존된 덕분이다. 상주의 감은 대부분 곶감에 적당한 둥시감이다. 또 감을 건조하기 좋은 기후를 갖췄고, 곶감 만드는 기술도 그대로 전승되고 있다. 상주의 전통 곶감 기술은 550여 년 간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예종실록에는 예종의 즉위년인 1468년에 상주곶감을 진상한 기록이 있다.

상주 감나무는 우수한 형질을 유지하기 위해 종자로 번식하지 않고 가지를 잘라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 키운다. 상주 감나무의 유래는 국내 유실수 접목기술 사상 최고(最古)인 75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4월 국립산림과학원 식물법의학분석팀이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750년 된 국내 최고령 감나무의 유전자를 감식한 결과 뿌리 부분이 고욤나무를 대목으로 사용해 접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늘 아래 첫 감나무'라 불리는 이 나무는 매년 5천 개 이상의 곶감을 생산하는데, 지난해부터 곶감 한 개에 1만원가량에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다. 상주는 이 나무를 비롯해 수령이 300년 이상된 나무가 50그루가 넘는다. 이처럼 오래된 감나무가 기후변화와 병에도 고사하지 않고 우수한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은 그만큼 면역력이 높아 품질이 좋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나 우수성이 입증된 오래된 감나무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문제다. 가지가 부러지거나 넘어진 상태로 방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감나무를 찾아내 보호하는 것은 우수한 유전자원을 보존해 상주 곶감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우수 품종 단일화로 기후변화 대처해야

충북 충주시와 괴산군은 특산품인 대학찰옥수수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는 먹는 것은 팔지만 종자용은 절대 외부에 팔지 않는다. 이처럼 상주 감나무 역시 우수 품종 단일화를 이뤄 우수한 종자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상주감의 품종 단일화와 종자 보존은 요원한 상태다. 상주 내에서도 각 지역마다 토양과 환경이 차이가 나는데다 같은 둥시감이라도 유전자 구성이 다양해 단일 품종화가 쉽지 않다는 것. 외남면 소은리의 '하늘 아래 첫 감나무'도 같은 품종을 타 지역으로 보급할 경우 제대로 자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상주 전 지역의 둥시감나무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등을 거쳐 기후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품종을 찾아내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일단 적합한 품종을 찾아내면 접을 붙이면 되기 때문에 보급은 어렵지 않다는 것.

경북농업기술원 상주감시험장은 이 같은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응 속도에 비해 기후변화가 너무 빨라 더욱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최근 급속하게 번지고 있는 둥근무늬낙엽병도 기후변화로 인해 감나무의 면역력이 약해진 탓이 크다. 김판기 경북대 생태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우수품종으로 단일화되면 쉽게 병에 걸리지 않고 품질을 더욱 높일 수 있어 곶감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상주'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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