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탈고의 기쁨 맛봤어요"…하양여중 소설 쓰기 수행평가

연애·과학·추리소설 등 학생 25명 창작물 출간

하양여중 25명의 소녀 작가들이 자신이 쓴 창작소설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하양여중 25명의 소녀 작가들이 자신이 쓴 창작소설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소녀 작가로 불러주세요."

책쓰기 활동이 학교 현장에서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경산 하양여자중학교(교장 신종학)가 학생들이 쓴 창작소설 25편을 책으로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양여중은 이달 17일 경산교육청 주최로 열린 '2013 함께하는 경산 책사랑 축제'에서 1~3학년 학생 25명이 쓴 소설 25편을 선보였다.

학생들의 책쓰기 활동을 지도한 이상만 국어과 대표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책을 써보면서 창작의 어려움을 알고, 이 어려움 때문에 독서에서 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1학기에 '단편 소설 쓰기'라는 수행평가를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양여중 전교생은 저마다 20쪽 내외의 단편소설을 썼고, 이 중 출간을 희망한 학생들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퇴고를 거듭하며 책을 완성했다. 책의 주제나 장르도 다양하다. 연애를 다룬 소설, 인간복제를 다룬 소설, 추리소설까지 등장했다. 청소년기의 고민과 미래 진로에 대한 꿈을 소재로 한 책도 많았다. 책의 겉표지는 저자가 아닌 다른 학생들이 미술시간에 수행평가로 낸 '필름 스크래치' 기법의 그림으로 꾸며 더욱 눈길을 끌었다.

2학년 박승현 양은 'Unknown'(무명)이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의료용으로 만든 복제인간의 인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를 주제로 쓴 84페이지짜리 책이다. 박 양은 "책 속에 등장하는 의학용어를 쓰기 위해 의학사전을 뒤지며 자료를 수집했다"며 "작가라는 꿈에 한발 다가가는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하양여중의 책쓰기 활동은 올해가 두 해째다. 작년 이맘때는 전교생이 '나만의 자서전 쓰기'를 수행평가로 진행했다. 학교 측은 이 중 내용이 우수한 스무 권의 자서전을 출간했다. 자서전에는 지나온 삶에 대한 얘기에 더해 앞으로의 꿈과 진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3학년 정민경 양은 작년에 자서전을 써본 경험을 살려 올해에는 창작소설 쓰기에 도전했다. 116쪽짜리 소설의 제목은 '우리들의 청춘'. 정 양은 "6명의 청춘남녀가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루고 있다"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긴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어가는 작업이 힘들었지만, 출간된 책을 보니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양여중은 전교생이 쓴 단편소설을 '학급문집'으로 엮어 다음 달 1일 열리는 교내 예술제에서 전시한다. 학부모들도 초청해 25명의 소녀 작가들을 위한 출판기념회도 열 예정이다.

하양여중은 책과 친해지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전교생이 1주일에 4일, 1교시 시작 전에 45분간 아침독서를 한다. 1주일에 하루는 학교방송을 통해 명문장을 통한 한자공부를 한다.

신종학 교장은 "자기가 쓴 책을 받은 아이들이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들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서 "독서와 책쓰기는 인문학적 감수성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최고의 프로그램인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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