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주인 담보대출, 한달 지나도 실적 '0'

출시前 실효성 우려 현실로…목돈 안드는 전세Ⅱ도 저조

정부가 전세 대책으로 내놓은 '집주인 담보대출'(목돈 안 드는 전세Ⅰ)이 출시 한 달을 맞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유명무실해졌다.

집주인 담보대출은 국민, 기업, NH농협, 신한, 우리, 하나 등 6개 시중은행을 통해 지난달 말 출시됐다. 집주인이 은행에서 전세보증금을 대출받는 대신 이자는 세입자가 내는 방식으로 금리는 연 3.4~4.9% 수준이다.

하지만 출시 한 달이 됐지만 실적은 제로 상태다. NH농협은행 대구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달 28일 현재 집주인 담보대출은 한 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 대구경북영업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집주인 담보대출을 신청한 고객은 한 명도 없다. 금융권에 따르면 6개 시중은행의 집주인 담보대출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상담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NH농협은행 대구지역본부의 경우 한 달 동안 접수된 문의는 1건에 불과했다. 게다가 상담을 신청한 세입자는 집주인이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바로 대출을 포기했다.

집주인 담보대출은 출시 전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전세 계약을 맺으려는 세입자가 많은 상황에서 집주인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으며 전세를 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집주인에게 대출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담보대출 이자 납입액에 대한 소득공제(40%) 등의 세제 혜택을 부여했지만 집주인의 거부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주인의 경우 세입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조차 꺼리는 상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집을 담보로 제공해 달라는 말조차 꺼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도 "세를 놓으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융자까지 받으려는 집주인은 없다. 당초 실현 가능성이 없는 대책이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 전세자금대출'(목돈 안 드는 전세Ⅱ) 실적도 저조하다. 출시 2개월이 지났지만 6개 수탁은행의 실적은 186건, 120억7천만원에 불과하다. 새로 전세 계약을 할 때 부부합산 연소득 6천만원 이하인 무주택자에게 2억6천600만까지 빌려주는 상품이지만 건당 대출은 한도에 훨씬 못 미치는 6천500만원이다. 우리은행 대구경북영업본부의 경우 지금까지 2건(9천900만원)의 대출만 이루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주인이 은행에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넘겨야 해 거부감을 느낀 탓인지 실적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목돈전세 등이 '말도 안 되는 상품'이라는 건 선입견이다. 홍보와 광고를 더 하고 인지도를 높이면 충분히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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