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대구 기죽인 인천의 체육 시설

이달 18~24일 일주일 동안 인천시에서 제94회 전국체육대회가 열렸다. 이번 인천 체전은 지난해 제93회 대구 체전과 여러모로 비교됐다.

제93회 체전은 1992년 제73회에 이어 대구에서 20년 만에 열린 대회였다. 인천에서는 1999년 제80회에 이어 14년 만에 체전의 장이 마련됐다.

이 때문에 인천 체전에 참가한 체육인 등 대구 관계자들의 눈에는 양 도시의 모습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21년 시간을 두고 대구와 인천에서 열린 4개 대회에 모두 참가한 체육인들도 상당수였다.

이들은 대회 첫날 문학운동장에서 열린 개회식을 보고, "인천의 대회 운영 능력이 지난해 대구 대회 때에 비해 형편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개회식은 관중석이 많이 빈 가운데 초라하게 진행됐다. 지난해 가수 싸이 출연으로 인산인해를 이룬 대구 대회 개회식과 대비된 것이다.

교통 통제도 원활치 않았고, 안내 등을 맡은 자원봉사자들의 수준도 200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치른 대구에는 한참 못 미쳤다. 대구시민이라면 우쭐해하고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좋은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나라 제3도시 대구를 추월했다고 알려진 인천의 속살을 보면서 속이 불편해진 것이다. 대회 기간 접한 인천의 모습은 대구와 비교 대상이 안 될 정도로 화려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인천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고 했다. 송도와 청라 등지에 조성된 신도시, 소래포구의 화려한 탈바꿈, 엄청나게 확대된 교통'숙박 시설, 곳곳에 조성된 체육 시설 등을 보면서 인천을 부러워했다. 인구와 경제 관련 수치를 제외한 삶의 눈높이에서도 인천은 대구에 한참 앞서 있었다. 말로만 듣다 직접 보고 확인했기에 이들에겐 더 큰 박탈감과 상실감이 몰려왔다.

양 도시의 차이를 가장 확연히 드러낸 분야는 체육 시설이었다. 20년 만에 다시 체전을 치른 대구의 경기장을 먼저 들여다보자. 주 경기장으로 활용된 대구스타디움을 제외하면 새로운 경기장이 없다. 외딴 지역인 북구 금호동에 지어진 대구사격장이 그나마 새로운 시설이지만, 시설 미비로 국제대회도 치를 수 없는 반쪽 경기장이다.

대구시민운동장, 시민야구장, 대구체육관, 두류수영장, 만촌 벨로드롬 등 주요 경기장은 1960~1980년대 지어진 시설이다. 2003년 국제 종합대회라는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치렀지만, 경기장을 한 곳도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일 종목인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집중하면서 스포츠 인프라 확충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면서 경기장을 신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점으로 들 정도로 대구시는 유치 당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면 인천은 어떤 모습일까. 이번 체전의 주 경기장은 대구처럼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른 문학경기장이다. 월드컵 경기장 조성 당시 양 도시는 주변을 체육 단지로 집적화할 계획이었다. 인천은 대구스타디움만 홀로 서 있는 대구와 달리 문학경기장 옆에 문학야구장을 건립했고, 문학박태환수영장을 최근 오픈했다.

수영장뿐만 아니다. 내년 아시안게임에 대비, 인천은 송림체육관, 열우물테니스'스쿼시경기장, 계양체육관, 남동체육관, 아시아드럭비경기장, 강화고인돌체육관 등을 새로 건립했다. 여기에 내년 아시안게임의 주경기장은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건립 중이다.

인천시체육회가 운영하는 체육 시설을 보면, 대구 체육인들은 할 말을 잊는다. 송도 바다 매립지에 조성된 스포츠타운은 축구장과 야구장 여러 면과 골프장, 족구장 등을 갖추고 있다. 인천시체육회는 시내 곳곳에 직접 운영하는 체육 시설을 두고 있다. 이에 반해 대구시체육회가 운영하는 체육 시설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번 체전 기간 인천에 머문 필자의 눈에도 인천의 모습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인프라 구축에 돈이 많이 드는 아시안게임 유치를 정치적인 이유(당시 현재 야당이 정권을 잡아 지원을 얻어내기가 어려운 실정)로 일찌감치 포기하고 시설 투자가 필요 없는 세계육상대회에 매달린 대구시의 정책적 판단이 아쉬울 뿐이다. 현 시점에서 이를 만회할 길은 요원해 보인다.

이번 체전 기간 인천에서 만난 체육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대구의 체육 시설 확대에 대해 얘기하며 시 공무원들의 체육 투자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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