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제도가 2천 년 가까이 이어지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예수의 제자인 사도 베드로가 64년에 가톨릭 교회의 초대 수장이 된 이후 266대인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흔들림없이 이어져 왔다는 사실 자체는 놀라울 수밖에 없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그저 스쳐 지나간 교황들이 많았지만, 율리오 2세처럼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교황들도 적지 않다.
이탈리아 태생으로 본명이 줄리아노 델라 로베레인 율리오 2세는 1503년 오늘, 60세의 나이로 216대 교황에 취임했다. 양치기의 아들로 태어나 사제가 된 그는 삼촌인 교황 식스토 4세 때 주교가 되었고 식스토 4세의 후임인 인노첸시오 8세 때 승승장구했으나 후임인 알렉산데르 6세와는 교황 자리를 다투는 등 견원지간이었다. 알렉산데르 6세의 뒤를 이어 숨질 때까지 10년간 교황으로 재임하면서 전쟁에 여러 번 참전하고 직접 전투를 지휘하기도 해 '전사 교황'으로 불렸다.
교황의 권위를 지키고 교황청을 둘러싼 강대국의 영향력을 몰아내려고 신성로마제국, 잉글랜드 등과 합종연횡하면서 베네치아와 프랑스를 내쫓았다. 종교 지도자라기보다는 불굴의 정신, 뛰어난 정치적 수완 등을 갖춘 정치'군사 지도자였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었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등의 후원에도 힘써 예술의 보호자로도 평가받는다.
김지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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