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같이 더웠던 해가 또 있었던지를 떠올려볼 정도로 올여름은 유난히 기온이 높았다. 기상청 관측기록에 따르면 올여름 최고기온은 평년에 비해 4, 5℃ 정도 높은 수준이었다. 시민들은 낮에는 폭염으로, 밤에는 열대야로 하루종일 숨 막히는 더위와 씨름을 했었다.
이러한 더운 여름은 농촌보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이루어진 건물 등이 열을 더욱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에어컨 실외기로부터 배출되는 폐열로 도시의 온도는 더욱 상승한다. 즉, 더워서 에어컨을 사용하면 할수록 도시는 더 더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며, 이는 지속 가능한 도시환경 개선에 반하는 일이 된다.
이에 사람들이 주목한 것이 지속가능한 에어컨인 도심의 숲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2003년)에 따르면 플라타너스 1그루의 도시기후 완화 효과는 15평형 에어컨 7대를 10시간 가동한 효과와 맞먹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미국 농무부(U.S. Department of Agricu lture)에서도 어리고 건강한 수목 1그루의 순냉방 효과가 가정용 소형 에어컨 10대를 하루 20시간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고 보고하였다.
수목의 기온저감 효과를 활용해 도시기온을 저감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대구시를 들 수 있다. 대구시는 1996년부터 시작된 '푸른대구가꾸기'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목을 식재하였고, 이와 더불어 옥상녹화, 담쟁이 벽면녹화 등을 통해 녹지면적을 확대하였다. 대구녹색환경지원센터의 연구자료(2000년)에 따르면, 대구지역과 주요 6개 도시의 도시기온 변화경향 분석 결과 대구시 녹화정책의 영향으로 대구지역의 여름철 기온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대구에서는 최근 세계 최고의 권위 있는 에너지 관련 국제회의인 '세계에너지총회'가 열려 전 세계로부터 모여든 많은 전문가들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녹지공간 확대를 통한 도시기온 저감 노력은 이러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활용에 대한 도시 단위의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미국 산림부(U.S. Forest Se rvice)의 발표처럼 건물 주변에 적절하게 식재된 수목을 통해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의 약 30%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쾌적한 도시기후 조성을 위해 추진되어온 대구시의 녹화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더불어 녹지공간 확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와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구시의 열환경 분석을 통해 어느 지역에 더 우선적인 녹화정책이 추진되어야 하는지, 혹은 다양한 유형의 녹지공간이 실제 우리 주변의 온도를 얼마나 낮추는지 등에 대한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시민사회, 학계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대구시가 지속가능한 도시환경 개선의 선두 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엄정희 계명대학교 교수 생태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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