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보상을 둘러싸고 가해자, 피해주민, 남구청 사이에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한 달 이상 지연된 대구 남구 대명동 LP가스 폭발사고 보수작업이 본격 실시된다.
대구 남구청은 31일 폭발이 일어난 건물은 허물고, 주변 건물은 보수 공사를 통해 원상복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스 폭발사고로 생활 터전을 잃었던 주민들은 이르면 다음 달 말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폭발 현장은 폭발 당시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LP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한 뒤 사고 현장은 사실상 한 달이 넘도록 방치돼왔다. 폭발이 일어난 건물은 대형 가림막으로 덮여 있었다. 가림막을 걷어내자 까맣게 그을린 채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건물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뒤편은 폭발의 충격으로 무너져 내린 외벽과 가재도구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코끝을 찌르는 메케한 냄새도 여전했다.
남구청에 따르면 가스 폭발로 인해 구청에 접수된 피해는 모두 104건으로, 피해 금액만 5억4천여만원이다. 가스 폭발로 인한 피해는 컸지만 보상을 책임질 대상은 없었다. LP가스 폭발사고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는 LP가스 배달업체 종업원이 가스폭발로 3도 화상을 입어 경찰 조사조차 받기 힘든 상태였기 때문이다. 남구청과 대구시에서도 자연재해 외에는 보상할 근거가 없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 하소연할 곳을 잃은 피해 주민들은 한 달간 답답한 속앓이만 이어와야 했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남구 주민들과 대구 시민들의 힘으로 사고 복구 작업이 본격화된다. 남구주민자치연합회는 이달 25일부터 가스 폭발사고 피해수습을 위한 성금모금에 나섰다. 30일 현재 모금된 성금은 모두 1억6천여만원. 다음 달 15일까지 1차 성금모금을 마친 뒤 모인 성금은 주민들의 피해 복구 작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김은옥 남구주민자치연합회장은 "사고를 낸 LP가스 배달업체가 영세한 데다 구청에서도 도울 근거가 없어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팔을 걷어붙였다"며 "고맙게도 많은 사람들이 성금 모금에 동참해주고 있어 복구 작업이 빨리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가 심한 3개 건물은 재능기부를 통해 철거 작업과 보강'보수 공사가 이뤄진다. 남구청은 지난달 피해 정도가 심한 6개 건물을 대상으로 건축물 안전 진단을 한 결과 3개 건물에 2억여원의 비용이 드는 재시공 및 보강'보수 공사가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익명의 단체 도움을 얻어 다음 달부터 3개 건물 원상복구 작업이 시작된다. 현재 3개 건물에 살고 있던 주민들을 포함한 총 6개 가구가 주변 원룸, 친척집 등에서 거주하고 있다. 또 다음 달 7일 남구의회에서 피해 금액 50만원 이상이 넘는 가구에 대한 재산세 감면안이 가결되면 총 1천600여만원의 재산세 감면이 이뤄진다.
박훈태 주민피해보상비상대책위원장은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데 있을 곳은 마땅치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주민들이 성금 모금에 나서고 있다는 고마운 소식을 듣고 한시름 덜었다"며 "LP가스 배달업체를 상대로 손해보상을 청구하는 등 대책위 자체적으로 피해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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