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울진은 '문제 경찰' 유배지?

포항 남부경찰서에서 근무하던 경찰관들이 한 명의 유부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다 자체 감사에 적발돼 징계를 받고, 이 중 3명이 울진경찰서 관내 파출소 2곳으로 인사조치된 것과 관련해 울진지역에서는 "울진이 '사고뭉치' 경찰의 유배지냐"며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29일 경북경찰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내 다른 경찰서에 근무하다 물의로 징계를 받고 좌천되는 1순위 지역이 울진경찰서임이 공개된 것이다. 더구나 '징계 경찰'을 몰아서 울진에 인사조치한 이유에 대해 김귀찬 경북경찰청장이 "울진경찰서가 경북경찰관들의 기피 근무지로 꼽히기 때문"이라고 국감에서 답변한 것이 알려지면서 울진이 고향인 '토종' 경찰관들과 주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경북경찰의 수장이 울진 경찰과 지역민의 사기를 고려하지 않고 기피 근무지로 아예 '확인 사살'을 했기 때문이다.

도내에서 제일 원거리인 울진경찰서는 수치상으로도 '문제 경찰'의 집합소이다. 현재 울진서 관내에서 근무하는 경사와 경위 97명 중 10%가 넘는 13명이 다른 곳에서 징계 절차를 거쳐 인사조치된 경찰관이다. 예천에서 징계를 받고 울진 모 파출소로 배치된 A경사는 지난 7월 유부녀와 함께 있다 유부녀 남편의 간통 고소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근무지도 다시 울진의 다른 파출소로 바뀌었다.

원거리인 울진의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근무 지원자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배치되더라도 조기에 울진을 탈출하려는 경찰의 현 상황에 대해 비판만을 할 수 없으며, 인사권을 가진 경북경찰청의 고민 또한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근무 지원자가 없으니 고육지책으로 사고를 친 경찰이라도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진의 토종 경찰들은 이번 국감을 계기로 기피 근무지에서 탈피하는 대책이 마련되길 희망하고 있다. 심사승진 때 울진 근무자들을 배려하거나 모범직원 선발 시 울진 인원을 더 늘리거나 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 울진소방서처럼 외지에서 온 직원들에게는 원룸 등 독신자 숙소를 제공하는 등 복지혜택 확충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울진을 기피 근무지에서 근무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려는 경북경찰청의 지원과 노력을 기대해 본다.

울진'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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