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키우는 상담뜨락] 상대를 위해 해준 결혼

예비부부가 상담을 청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런 가운데 결혼을 앞두고 찾아오는 이들을 볼 때, 필자는 그들을 아주 현명한 커플들이라 여기며 결혼 전 깊이 있는 삶의 사색을 하도록 돕는다.

특히 막상 결혼 상대자로서 사랑해 줄 자신도 없고 사랑의 확신마저 무너져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가장 최선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현재 자기의 마음을 감추지 않고 상대에게 말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더욱이 그 마음속엔 결혼 약속 위반으로 인한 미안함과 양심의 가책이 들어 있고, 또 한편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앞에서는 상대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양가감정이 혼합되어 있으니 얼마나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렇게 권유한다.

결혼 전, 상대에 대해 식어버린 사랑과 원하지 않는 결혼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분명하게 고지해야 할 의식은 결혼예식만큼이나 진지하게 치러져야 할 절차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상대에 대해 평생을 헌신하고 함께할 '진지한 관계 설정'의 어려움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사귐에 대한 단순한 동정이나 의리만으로 눈을 질끈 감고 결혼을 해서 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결혼 생활은 따뜻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가정을 일구어 가는 가슴 부푼 부부의 노력이 존재할 수가 없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옆에 있는 이 사람의 존재가 무의미해지고 때로는 짐스러워 결혼생활에서 또 한 번의 도망을 시도할 소지가 많다. 그 달아나는 영역에는 일 중독과 바깥일로 인한 늦은 귀가와 술과 부적절한 관계 형성, 무의미한 결혼생활 등이 있으며, 이러한 시도로 결국은 상대를 버티지 못하게 한다.

왜냐하면 '내가 한 결혼'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 해 준 결혼'이기 때문이리라. 이런 측면을 보면 결혼은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결혼 후 예측되는 더 큰 불안한 상황을 놓고 당사자끼리 조율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실망스러운 속내를 듣는 상대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고 슬플 수 있겠지만 이 과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혼은 인생의 중요한 한 축이다. 결혼 전 상대의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보고 새롭게 결정할 기회를 갖는 것이, 어긋난 결혼 후의 아픔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필자의 생각을 전한다.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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