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이야기] 후회할 것 같아 결혼 약속 지키기 싫은데…

◇고민=저는 아주 오랫동안 여자 친구를 사귀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혼 약속까지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려고 보니 왠지 망설여집니다. 그녀의 성격은 너무 드세고 애교가 없고 남자가 모두를 해주기를 바라는 일방주도형의 성격입니다. 그래서 수도 없이 다투고 헤어질 뻔했지만 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 온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철이 들고 보니 주변엔 이상에 맞고 호감이 가는 여성이 많아 몰래 사귀어도 보았습니다.

결혼이란 이성으로서의 가슴 두근거림과 기대가 있어야 될 텐데 저는 지금 그녀에게 전혀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결혼 상대자로 그녀만 아니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와는 결혼하기가 싫습니다. 지금 그녀와 결혼하면 정말 후회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루션=긴 세월 동안 상대 여성과 사귀어 왔지만 성격 차이로 이미 마음의 전쟁을 여러 차례 치른 결과, 결혼만큼은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 오셨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책임감으로 어쩔 수 없이 한 약속인데 막상 결혼하자니 너무 싫어 분명히 후회할 것 같고, 결혼하지 않으려니 미안한 마음도 있고 상대가 어찌 생각할지도 모르고 해서 이리저리 많은 생각으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어 보입니다.

귀하의 고민에 맞는 대안을 찾기 위해 다음 물음에 함께 생각해 봅시다.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할까요?' 두말할 것 없이 지금보다는 더 행복하고 더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결혼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즉, 사람들은 결혼을 통해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 함께'하는 생활을 하면서 외로움과 불안을 덜고 정서적 안온함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둥지를 만들어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귀하와 같이 그동안의 이성교제가 사랑의 확신이나 성공적인 결혼예감을 만들어 가기는커녕, 도리어 헤어져야 할 인연이라는 강력한 확신과 결혼에 대한 비관적인 불안을 키워서 후회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면 그 결혼을 어찌해야 할까요?

두 사람이 긴 세월 동안 이성교제를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생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결혼을 진행하는 것은 후회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입니다. 이 때문에 결혼진행을 잠시 뒤로 미루고 서로가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적 여백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성교제를 한 사이라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성교제 과정에서 결혼 상대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면 서로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이성교제'가 전제되어야 하겠지요.

결혼 생활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두 사람이 뜻과 마음을 합하여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지요. 그런데 결혼 전에 벌써 마음의 금이 간 상태라면 결혼 후에 서로가 더 크게 불행해질 거라는 것을 예측해 볼 수 있어야겠지요.

그러므로 지금 상대에게 당신의 이런 마음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고스란히 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당신의 불행한 결혼 생활에 대한 전망과 확신을 그녀도 알 권리가 있고 그녀도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나누는 게 필요합니다. 먼 훗날, 미안함을 넘어선 귀하의 이러한 솔직함은 상대에게 하나의 '배려'로 느껴질 날이 오리라 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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