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강원도 홍천 석화산·문암산

기암괴석'노송 여백에 울긋불긋 단풍채색, 천하절경 산수화에 넋 잃을밖에…

강원도 홍천의 산이라지만 평창 계방산에 근접해 있다. 북으로는 방태산, 동으로는 오대산, 남으로는 봉평의 보래산과 회령봉의 전망대다. 하얀 암벽들이 노송을 분재처럼 뽐내며 우뚝 서 있는 산으로 바위에 석이버섯이 많이 자생하고 멀리서 보면 바위가 마치 꽃과 같다 하여 석화산(石花山)이라 부른다. 국립지리정보원이 발행하는 지형도에는 아직도 문암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서북쪽의 내면 율전리 문암동 계곡에 마치 거대한 문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문암산으로 표기된 듯하다. 그러나 정상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대원사 입구에는 '석화산 대원사'라고 음각된 커다란 표지석이 있고 근래의 등산지도와 개념도에는 석화산과 문암산을 따로 표시하고 있다.

등산의 시작점은 홍천군 내면 창촌리. 창촌교를 넘으면 북편으로 석화산 암봉들이 화려하게 조망되고 '우주공업사' 우측으로 난 임도를 따라 등산에 나선다. 내면성당을 통과하면 전면에 파란 하늘 아래 석화산 암봉이 빛나고 산자락 주변으로 그림 같은 선경이 펼쳐져 무르익은 가을을 더욱 실감케 한다.

10여 분을 걸으면 비닐하우스를 지나고 우측 산자락으로 꺾이는 등산로와 이정표를 만난다. 초입은 잣나무 숲이지만 좌우측이 장뇌삼을 재배하는 사유지라 그물망이 쳐져 있다. 그러나 오를수록 잣나무 숲은 점차 참나무 숲으로 변한다.

첫 번째 봉우리는 작은 석화봉. 주변의 산군을 잠시 조망하고 주능선에 올라서면 백성동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를 만난다. 여기서 좌측이 진행 방향이지만 우측 길을 50여m 따르면 거대한 바위 하나와 앞쪽이 절벽인 바위지대에 전망대가 보인다. 아찔한 스릴이 동반되는 전망바위에 오르면 삼면이 탁 트이고 몇 겹의 산줄기들이 거친 듯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고 장막을 친다. 건너편 산자락엔 5부 능선 아래로 이미 단풍이 내려와 있고 저 멀리로 수려하면서도 부드러운 오대산 줄기들이 춤추며 일렁인다. 그 우측으로 계방산과 운두령, 보래산과 회령봉이 차례대로 조망되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갈림길까지 되돌아 나와 능선을 따르면 우락부락한 바위 길의 연속이다. 이윽고 만나는 '짝바위'는 대부분의 산객이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등산안내도에 표기가 되어 있지 않고 지나고 나서 만나는 이정표도 엉뚱한 곳을 지시하고 있어서다. 아들을 얻지 못한 사람이 짝바위 틈을 빠져나가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오를수록 등산로가 험해진다. 곡예하듯이 바위 속을 헤집고 오르내리는 길이 연속된다. 주변의 능선엔 절정을 이룬 단풍이 화려해 설악산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능선의 굴곡이 심하고 바위지대라 짧은 거리지만 예상보다 등산시간이 많이 걸린다. 거대한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우러진 경치에는 저절로 탄성이 터진다.

동봉에서 중식 후 북쪽을 조망한다. 단풍이 내려앉은 1,140m봉과 문암산 너머로 방태산의 주요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사면팔방으로 산의 묵직한 능선들이 여유롭게 펼쳐진다. 철사 다리로 만든 바위봉우리를 넘으면 내림 길은 바위 절벽 구간이다. 바위를 돌아서면 두 개로 묶은 나무다리가 허공에 놓여 있고 우측 바위벽엔 노란 고무호스 줄이 로프를 대신해 매어져 있다. 석화산 정상 50m를 남겨두고 갈림길이다. 문암산으로 가려면 우측으로 내려서야 하고 석화산 정상은 50m를 더 올라야 도착한다. 석화산 정상은 정상 표지석이 세워져 있으나 조망은 답답한 편이다. 뒤돌아서지 않고 계속 진행을 하면 문암재로 해서 창촌리로 원점회귀할 수 있다.

삼거리에 다시 내려서면 '백성동(56번 국도) 3.5㎞'라 적힌 이정표가 문암산 쪽을 지시한다. 여기서 안부 삼거리까지 내려서는 길도 가파른 편이라 조금 힘이 든다. 안부에서 마지막으로 등산로를 선택한다. 우측은 백성골을 통해 백성동으로 내려서는 길이고 직진하는 길이 능선삼거리봉을 거쳐 문암산으로 가는 길이다.

문암산으로 가는 길은 주의가 필요하다. 10m 정도 진행한 후 좋은 등산로를 버리고 우측 주능선으로 바로 붙어야 한다. 희미하지만 등산로가 끊어지지 않는다. 가파른 된비알 길을 한참 올라서야 삼거리봉, 팔걸이처럼 생긴 가지가 있는 참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봉우리다. 등산 개념도에는 우측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고 표기되어 있지만 처음에는 산죽길이지만 막상 내려서면 중도에 등산로가 끊겨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라 내려서지 않는 게 좋다.

1,140m봉을 넘어 한참을 진행하면 삼거리다. 이곳에서 문암산까지는 왕복해야 한다. 문암산 정상에 삼각점이 있지만 조망이 꽉 막혀 있어 등정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 삼거리까지 되돌아와 동남쪽 능선을 따르면 처음엔 부드러운 길이지만 남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급경사다. 너르게 트인 땅에 도착해서야 가파른 길은 끝이 난다. 배추와 무밭을 지나 좌측의 개천을 따르면 만나산장이 나타나고 임도를 200여m 더 내려오면 56번 도로가 있는 백성동 입구 삼거리다. 석화산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창촌리에서 등산을 시작, 짝바위'석화산'문암산을 거쳐 백성동으로 하산하는 데 총 등산 소요거리 7.8㎞에 4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등산 거리는 짧지만 오르내림이 급격하고 하산 길에 진을 빼게 되어 산행의 피로도가 상당한 코스다.

그러나 문암산을 배제하고 석화산만 기획한다면 좋은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창촌리에서 등산을 시작, 승지동길을 따라 문암재를 통해 석화산을 오른 후 동봉과 짝바위, 작은 석화산을 거쳐 창촌리로 원점회귀할 수 있다. 좀 더 알차게 석화산의 진면목을 두루 느껴보려면 짝바위를 지나 주능선에서 작은 석화봉으로 내려서지 말고 전망대까지 진행 후 조망을 즐기고 좌측 아래 주능선으로 백성동까지 하산하면 된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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