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의 ㈜케이에스글러브는 지난해 45명의 직원이 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실적이 크다고 말할 수 없지만 80억원의 매출이 모두 '수출'을 통해서 이뤄졌다. 케이에스글러브는 설립 때부터 '장갑'만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애국기업'이다.
◆장갑 생산 전문 회사
케이에스글러브는 1981년 2월 '경신사'로 출발했다. 조두호 대표는 "젊을 때 나의 회사를 만들면서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었다"며 "경신사는 '경북에서 신용이 일등인 기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주력 생산품은 '장갑'이다. 처음부터 회사는 면장갑이 아닌 일반인들이 착용할 수 있는 '겨울용 장갑'을 만들었다. 그 이유는 수출 때문이다.
조 대표는 "장갑공장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것을 만들어야 했고, 또 국내보다는 해외가 수요처가 많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1980년대 국내에서 겨울용 장갑의 수요처는 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수출 시장을 뚫기 위해 영문 카탈로그를 만들고 여러 방안을 짜냈다. 품질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 한국 제품이지만 다른 나라 제품에 뒤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덕분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일부 확보하면서 회사가 커 나갈 수 있었다.
◆산업용 안전 장갑 전환
회사가 겨울용 일반 장갑에서 제품을 전환한 것은 IMF 이후다. IMF로 인해 국내 건설 경기가 하락하면서 건설현장에서 소모가 많은 면장갑의 수요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결국 국내 면장갑 업체들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편직기를 중국에 팔았다.
조 대표는 "면장갑 편직기를 이용하면 겨울용 일반 장갑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값싼 인건비를 강점으로 삼아 전 세계에 겨울용 장갑을 싸게 내놨다"며 "우리가 그동안 구한 바이어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면서 다른 아이템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2000년 들어서면서 케이에스글러브는 '산업용 안전 장갑'으로 눈을 돌렸다. 20년 가까이 장갑에만 매진했던 덕분에 편직 기술과 노하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조 대표는 한국이 IMF를 탈출하면서 제조업체가 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산업용 안전 장갑'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회사가 사용했던 겨울용 장갑을 만드는 편직기로는 산업용 안전 장갑을 생산할 수 없었다. 조 대표는 일부분 기계를 처분하면서 새로운 직기를 들여왔다. 2002년 들어 20억원을 투자해 신형 편직기에서부터 자동 코팅 설비 및 포장 라인까지 모두 갖췄다.
케이에스글러브가 산업용 안전 장갑으로 전환하면서 생산을 시작한 제품은 실과 코팅 종류에 따라 그 수가 다양하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는 제품에서부터 기름 오염을 방지하는 장갑 등 각 산업현장에 맞는 기능을 대부분 갖췄다"고 말했다.
◆수출 전문 기업
산업 안전용 장갑으로의 전환에 성공했지만 케이에스글러브의 또 다른 난관은 바로 '바이어'였다. 수요처가 전혀 달랐던 만큼 새롭게 바이어를 발굴해야만 했던 것. 조 대표는 "바이어 발굴이 어려웠지만 국내 시장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며 "오로지 해외 수출만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우선 이용한 것은 해외 코트라지사였다. 각종 전시회에 참가해 바이어를 다시 발굴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에이전시를 만났다. 그러던 중 신용이 낮은 바이어나 에이전시를 만나 제품을 납품하고서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 대표는 "제품을 전환하면서 수업료를 많이 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한 경험들이 지금 우리 회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산업용 안전 장갑으로 첫 수출을 한 것은 2001년. 에이전시를 통해서 일본에 제품을 판매했다. 이후 일본 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듯했지만 2005년 중국산이 일본에 들어가면서 시장을 뺏겼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의 경기가 나빠지면서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싼 중국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일본 시장을 붙잡기보다 미국과 유럽 쪽에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현재 케이에스글러브는 동남아와 유럽, 미국 등 약 30개국에 장갑을 수출하고 있다. 일찌감치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을 획득한 케이에스글러브는 우리나라가 유럽연합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서 큰 혜택을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유럽은 관세 혜택이 되지만 미국의 경우 원사 기준이기 때문에 아직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출 시장을 확대하려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또 회사는 원산지관리 담당자가 퇴사하면서 새로운 직원을 뽑았을 때에는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의 도움을 받아 직원 교육은 물론 컨설팅도 받았다.
조 대표는 "전문 관세사의 도움으로 직원 교육이 쉽게 이뤄졌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역협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회사가 수출만을 고집하는 것은 값싼 중국산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마당에 제값을 받으면서 판매하기 어렵다고 판단, 우수한 제품을 믿고 이용하는 해외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조 대표는 "2005년 처음 100만달러 수출탑을 쌓았고 2011년 500만달러 수출탑을 이룩했다"며 "내년에는 1천만달러도 돌파할 계획이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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