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의원이 10'30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31일 여권의 화제는 단연 '서청원의 복귀'였다. 의원들은 물론 당직자들의 관심은 온통 차기 당권은 물론 앞으로 서 의원이 당내에서 맡게 될 역할에 모였다. 당내에선 "서 의원이 국회에 등장하는 11월 4일이 권력 변화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서 의원이 이처럼 정치권의 관심을 많이 받는 이유는 서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에서 출발한다. 서 의원은 박 대통령의 정계 입문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서 의원이 공천과 선거 지원을 총괄하던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인 1988년 4월, 박 대통령은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처음 출마했다.
이후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견고해졌다. 2004년 서 의원이 2002년 16대 대선에서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을 때 박 대통령이 서 의원 집을 직접 찾아가 위로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 의원에게 '러브콜'했지만, 서 의원은 당시 박근혜 후보를 돕기로 했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해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것도 박 대통령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친박계 원로그룹인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원조 친박'인 서 의원을 당'청 관계를 주도할 핵심 인물로 꼽고 있는 것이다.
서 의원의 등장은 당장 내년 초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새누리당 차기 당권 구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재로선 '김무성 대세론'에다 현재 당 권력 중심에 있는 '친박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 구도가 대폭 수정될 것이란 얘기가 많다. 한 여권 인사는 "지금까지는 '김무성 대표론'에 최경환 원내대표가 도전장을 내미는 시나리오가 많았다"면서 "서 의원이 원내에 진입하면서 '박심(朴心)'을 안고 있는 '서청원 대표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자, 새누리당에선 곧바로 "박 대통령이 다음 당 대표를 서 의원에게 맡기려는 것"이란 말이 나왔던 것이다. 김 의원으로선 신경이 쓰일 만한 상황이다. 그는 그러나 "서 선배와 나는 박근혜 정권 성공을 위해 힘을 합칠 사이이지 서로 다툴 관계가 아니다"고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로 정치적 뿌리가 같다.
서 의원의 복귀는 최경환 원내대표가 중심인 '영남 대표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서 의원이 이미 2002년 당 대표를 맡은 원로급인데다 두 차례에 걸쳐 선거법 위반 문제가 있어 내년 지방선거라는 큰일을 치르기엔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지역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서 의원은 이 같은(부정적 이미지) 한계가 있고, 김무성 의원도 이명박정부에 협조한 전력이 있어 청와대와의 신뢰 관계가 두텁지 못하다"면서 "서 의원의 등장으로 차기 당권 구도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졌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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