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보선 '힘'받은 새누리 "정쟁보다 민생"

댓글 정국·보훈처 동영상 등 정국 역전 주도권 동력 얻어

10월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새누리당은 정쟁보다는 민생 안정을 원하는 민심을 확인했다며 남은 정기국회 기간 민생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재보선 압승을 계기로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승패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데다 서청원 의원의 귀환이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 권력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를 반영하듯 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의 키워드는 '겸손' '겸허' '민생'이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은 더욱 겸손하고 성실하게 국정을 살피는 데 배전의 노력을 할 것이고 지역 유권자들께 드린 국민과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여야는 선거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그 속에 담긴 국민 의사를 존중하면서 받들어야 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 남은 정기국회 동안 민생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을 철저히 처리해 장기적으로는 창조경제를 통한 국가 경제의 재도약을 국회가 견인하는 데 여야 모두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재보선 결과는) 대선 불복의 유혹에 빠져 민생을 내버려둔 채 정쟁에만 몰두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며 "새누리당은 겸허한 마음으로 이번 선거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가슴 깊이 새길 것이다"고 했다.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의 발언은 재보선 압승으로 오른 기세를 '댓글 정국'을 타개하는 데 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새누리당이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워하는 데에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국가보훈처 동영상 제작 등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민주당도 선거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 자리를 털고 일어날 태세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너무 기죽지 말자"는 데 대체로 공감했고, 대정부 투쟁 방향을 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박승훈 국가보훈처장이 "국가보훈처가 이념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선제 보훈 정책을 했다"는 발언 동영상이 공개돼 국감 막바지까지 민주당의 공세는 이어졌다.

이 때문에 대선 개입 의혹 규명에서 밀리던 새누리당이 재보선 결과만으로 야당을 압박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선거에선 이겼지만 야당의 공세를 막을 카드도, 국정 드라이브를 걸 동력도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본격적으로 정쟁 국면을 전환할 해법을 고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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