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이후에는 승마가 뜬다."
골프 이후 레저산업으로 말산업 육성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정부도 지난 7월 말산업 특구 지정계획을 공고해 지자체들의 경쟁에 불을 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말산업 특구 한 곳을 시범지역으로 지정한 뒤 내년부터 확대할 계획이다. 영천시는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해 특구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조성 중인 영천경마공원과 지자체가 운영하는 운주산승마자연휴양림 등 '말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경마와 승마 인프라를 모두 갖춘 게 강점이다. 국내 첫 거점 승용마 조련시설도 운주산승마자연휴양림에 건립된다. 재활승마, 산악승마 등 특색을 갖춘 민간승마장도 5곳이나 된다. 특히 영천경마공원에는 휴양 및 레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 들어서 나들이 장소로 활용될 전망이다. 영천경마공원의 벤치마킹 대상인 선진국 경마장과 민간승마장 확충, 말의 고장, 말고기와 향장품, 승마 마니아 등을 소재로 한 말산업 육성 전략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축구장 가듯이 경마장 찾아-경마 종주국 영국
경마 종주국인 영국에서 경마는 축구 다음으로 인기 높은 레저스포츠다. 경마 시행 규모나 마권 매출액은 미국과 호주, 일본 등에 뒤지지만 경마 종가의 전통과 위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영국에는 중소도시마다 경마장이 있다. 경마장 60여 곳에서 연간 1만여 회(평지경주 6천200회, 장애물경주 3천800회)의 경주가 열린다. 경마 매출액은 연간 11조원 선으로 경주는 대부분 잔디주로에서 열린다.
영국에서 경마를 도박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마가 열리는 날이면 가족이나 친구끼리 축구장에 가듯이 경마장을 찾아 축제 분위기를 즐긴다. 2011년 경마장을 찾은 사람은 615만 명에 달한다.
영국 왕실의 경마 사랑도 남다르다. 영국 왕실은 애스콧(Ascot) 경마장을 소유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네 살짜리 암말 '에스티메이트'가 지난 6월 애스콧에서 열린 경마대회 골드컵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여왕은 마주 자격으로 상금 15만5천960파운드(한화 약 2억8천만원)를 받았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 최고 권위의 경마대회인 '엡섬 더비'에 도전하기도 했다. 1780년 시작된 엡섬더비는 1,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중단되지 않고 열렸다. 마주는 엡섬 더비 상금보다 우승 자체를 최고의 영예로 여긴다. 영국 축구스타이자 마주인 마이클 오언은 직접 기른 자신의 말이 2011년 6월 로열 애스콧 경마대회 조지5세 경주에서 우승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말에 애정을 쏟았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영국의 총리보다 더비 경주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마주를 영광스럽게 여겼다.
영천시는 올해 초 벤치마킹을 위해 영국 뉴마켓, 켐튼, 로열윈저 경마장 및 뉴마켓 조교장을 방문했다. 뉴마켓 경마장은 300여 년 전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경마가 개최된 곳이다. 영국의 5대 클래식 경주인 더비, 오크스, 세인트레저, 2000기니, 1000기니 중 2000기니와 1000기니 경주가 뉴마켓 경마장에서 열린다. 1752년 창설돼 영국 경마 전반을 관장했던 자키클럽 소유 경마장이다. 자키클럽은 14개의 경마장을 소유하고 있다. 영국 경마산업의 중심지이자 말의 도시인 뉴마켓에는 경마장 외에 조교장, 국립 경마박물관, 국립 종마목장, 영국경마학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1천100만여㎡의 평야지대에 있는 뉴마켓 조교장은 잔디주로(80㎞)와 인조주로(22㎞)를 갖추고 있다. 조교사 70여 명이 하루 평균 경주마 2천500여 마리를 훈련시킨다.
◆경마장에서 록밴드 공연도-호주
호주의 경마는 1788년 식민지 개척을 위해 영국에서 온 선단 퍼스트 플리트(First Fleet)를 통해 들어온 씨수말과 망아지가 기반이 됐다. 1810년 시드니 하이드파크에서 최초로 경마가 열렸으며 1860년까지 호주 각 주의 주요 경마클럽이 설립됐다. 호주에는 경마장 350여 곳에서 연간 1만8천여 회의 경주를 시행하며 경마 매출액은 17조원에 달한다.
호주 경마의 중심 도시는 빅토리아주 멜버른과 뉴사우스웨일즈주 시드니다. 멜버른 인근의 플레밍턴 경마장에서는 150여 년 된 멜버른컵 경마대회가 매년 11월 첫째 주 화요일에 열려 전 세계 경마팬들을 열광하게 한다. 1840년 개장된 플레밍턴 경마장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경마장 중 하나다.
멜버른컵은 '온 나라를 멈추게 하는 경주'로 불릴 만큼 인기 있는 3천200m 핸디캡 경주다. 핸디캡 적용으로 가장 뛰어난 경주마가 제일 무거운 부담중량을 지고 달려야 한다. 1861년 처음 개최됐으며 1972년 3천200m 경주로 확립됐다.
멜버른컵 우승마 중 지금도 호주인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명마는 '파랩'(Phar Lap)이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파랩은 처음에는 볼품없는 말로 평가받아 호주 조교사에게 임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1930년 멜버른컵 경주에서 우승한 뒤 1931년까지 14연승을 기록했다. 이후 북미로 건너가 당시 북미대륙에서 상금이 가장 높았던 멕시코 아구아 칼리엔티 핸디캡에 출전해 우승했다. 파랩은 멕시코 대회 후 미국 캘리포니아의 목장에 머물던 중 갑자기 숨져 갱들에 의해 살해됐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통산 51전 37승을 거둔 파랩의 심장은 다른 말의 1.5배인 6.2㎏으로 알려졌다. 파랩에 대한 전기, 소설 등 많은 책이 출판됐으며 1983년에는 영화도 제작됐다. 또 암말 '매키비 디바'(Makybe Diva)는 2003~2005년 멜버른컵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도 1천400만달러(약 140억원)를 벌어들여 호주 경마 역사상 가장 많은 상금을 받은 경주마로 기록됐다.
시드니에 있는 경마장 4곳 중 로열랜드윅 경마장은 1992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방문 뒤 경마장 이름 앞에 로열이라는 명칭 사용을 허락받았다. 경주로 규모는 79만㎡로 잔디, 모래, 인조주로 등 8개 주로로 구성돼 있다. 1995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시드니를 방문해 미사를 올린 곳으로 유명하다. 영국의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와 롤링 스톤즈의 공연장소로 자주 활용됐다.
◆경마시설'레저공간 함께 조성-영천경마공원
영천경마공원은 단순한 경마시설인 서울경마공원이나 부산경남경마공원과 달리 휴양 및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유럽풍의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성된다. 이를 위해 한국마사회는 영천경마공원의 설계 단계부터 공원 건설을 염두에 뒀다. 이를 위해 경마의 종가인 영국과 호주 등의 경마장 등을 둘러본 뒤 예술성과 창의성을 담은 랜드마크형 건물로 짓기로 했다.
한국마사회의 영천경마공원 기본구상안은 중앙의 경마지구와 입구 광장, 유럽풍 문화테마파크, 휴양'레저지구, 유럽풍 농촌체험지구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마지구와 문화'레저지구가 조화를 이룬 셈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영천경마공원은 설계 시점부터 경마시설과 위락시설을 갖춘 휴식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며 "다양한 계층의 고객들이 건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경마공원이 완공되면 경마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북도와 영천시도 명품 공원 조성에 발을 맞추고 있다. 우선 풍락지의 풍광이 보이는 곳에 공원 정문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진입도로를 연장했다. 영천시 금호읍 교대네거리에서 성천리 사이 1.5㎞ 구간인 영천경마공원 진입도로는 2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된다. 풍락지에는 사업비 100억원을 투입해 물빛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풍락지 물빛테마파크에는 생태학습전시관, 수상정원, 수변놀이터 등이 들어서 영천경마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영천경마공원은 2016년 말까지 영천시 금호읍 성천'대미리, 청통면 대평리 일원 148만㎡ 부지에 사업비 3천657억원을 투입해 조성된다. 현재 편입부지 내 토지 662필지, 건물 76동, 분묘 1천626기 등의 물건에 대한 협의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영천시는 편입부지 내 이주 대상 43가구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2015년까지 금호읍 대미리 일원 3만5천㎡ 부지에 이주단지를 건설할 방침이다. 황석곤 영천시 말산업육성단장은 "영천경마공원 조성에 차질이 없도록 편입부지 내 토지, 건물, 분묘 등에 대한 보상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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