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 때부터 17년째 대구역 들르는 '사랑의 밥차'…대구 하늘담은 교회

하늘담은 교회 남정우(왼쪽에서 다섯 번째) 목사를 비롯한 장로들이 지난달 24일 대구역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하늘담은 교회 남정우(왼쪽에서 다섯 번째) 목사를 비롯한 장로들이 지난달 24일 대구역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남정우 목사.
남정우 목사.

'아름다운 저녁 풍경'=대구도시철도 1호선 대구역 2번 출구. 일자는 10월 24일(목), 시간은 오후 7시 10분. 2번 출구 넓은 광장에는 '하늘나눔'(경계가 없는 하늘의 나눔이라는 의미)이라는 팻말이 달린 캐노피(눈과 비를 피할 수 있게 세워진 가림막)에서 스마트폰 시계로 정확히 7시 10분이 되자, 짧은 기도 후에 곧바로 무료급식이 시작됐다. 180명 안팎의 지역 홀몸노인, 저소득층, 노숙자 등이 식판을 들고,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한 명씩 정성스레 준비된 저녁 만찬(?)을 즐겼다.

봉사자들은 조를 나눠서, 자신이 맡은 바 일을 철저하게 분담했다. 배식조와 설거지조, 후식조(야쿠르트, 양말 등 디저트를 나눠주는 팀)가 약속이나 한듯 착착 손발이 맞아들어갔다. 만찬을 즐긴 180명의 얼굴에는 포만감에 가득찬 기쁨이 넘쳐났다.

◆아름다운 풍경 연출의 주인공은 대구 하늘담은 교회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풍경이 아니었다.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 위치한 하늘담은(줄여서 하담) 교회는 17년째 대구역 무료급식을 해오고 있었다.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국가적인 경제위기를 맞은 IMF(외환위기) 시절이다. 이 교회 남세현'김정숙 집사 부부가 60, 70대 홀몸노인들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첫 발걸음을 뗀 것이 시발점이었다.

남세현 집사는 개인적으로 사업이 어려운 시절(사업체 부도)에도 이 무료급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부인 김 집사와 함께 허름한 셋방살이 집에서 수십인분의 밥과 국을 만들어, 대구역으로 향했다. 이 오랜 끈기와 집념의 봉사는 이제 하늘담은 교회로 이어지고 있다.

하늘담은 교회에는 남세현 집사를 단장으로 하는 하담봉사단이 생겼다. 하담봉사단은 노숙인, 쪽방거주자 무료급식 비영리단체로 체계적인 급식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하늘담은 교회는 하담봉사단을 중심으로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두 차례에 걸쳐 목사와 장로, 여전도회, 남전도회 등이 무료급식을 돕고 있다. 이날 교회 목사와 장로들은 배식조와 설거지조로 나눠서, 각각 즐거운 봉사를 했다. 17년째 무료급식으로 여러 곳에 소문이 나면서, 무료급식을 돕는 외부 독지가들도 적지 않다.

17년 동안 놀라운 기적(?)도 일어났다. 무료급식을 받던 노숙인이 자활에 성공, 이제는 어엿한 봉사자로 일하고 있었던 것. 이 봉사자는 어릴 적 버려진 아이까지 키워, 이날 함께 봉사를 하고 있었다.

◆'봉사'를 실천하는 하늘담은 교회 남정우 목사

남정우 목사는 올해 5월 5일부터 하늘담은 교회의 목회를 이끌고 있다. 장로회 신학대학 교수로 있다 현장 목회활동으로 돌아온 것. 부임 이후 남 목사는 하늘담은 교회의 하나님 은사(恩事)인 '봉사'를 교회 아이콘으로 계승'발전시키고 있다.

하늘담은 교회는 현재 하담노인센터(노인들의 위한 쉼터), 하담아동센터(부모없는 아이들의 방과 후 돌봄, 인성교육 및 독서지도 등), 하담찻집(지역민들을 위한 무료(대추차) 찻집, 커피값는 선교비로 1천원 받음)를 잘 운영하고 있다. 1천500명 안팎의 교인이 다니고 있는 하담교회 주요 예산의 절반은 지역 주민들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남 목사는 "하늘은 늘 우리에게 베푼다. 종교를 초월해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진리와 은혜를 전하고 싶다"며 "늘 세상과 소통하는 교회, 어려웃 이웃과 함께 하는 지역 교회의 목회자로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늘담은 교회는 마태복음 9장 35절을 교회 표어로 하고 있다. '예수께서 모든 성과 촌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Teaching),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Preaching),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Healing).'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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